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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Mar 28. 2023

의존을 넘어 잠식당할 것인가

8초 인류(리사 이오띠, 미래의 창, 2022)

# 위대한 예술가 중 한 명의 작품에 멈춰 있는 시간, 8초


왜 8초 인류인가 했다. 알고 나니 처음에는 충격이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오히려 스크롤의 세상에서 8초는 과분한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어떤 인터넷 광고 전문가는 5초 안에 관심을 끌어내지 않으면 인터넷 세상에서 광고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하지 않았다던가. 5초가 지나면 스킵도 가능한 세상인데 위대한 예술가의 작품 하나에 투여하는 8초의 시간은 웃프게도 길~다.


저자는 스스로 스마트폰에 중독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여러 치유 프로그램에도 참여해 보고 뇌 분야 전문가들을 만나 스마트폰이 일상화된 세상에서 과연 스마트폰이 뇌 활동과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소개하면서 조금씩 의존성을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책은 에세이 비슷하면서도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준전문서적 어딘가쯤에 애매하게 걸쳐 있는 느낌이다.


아무튼..

인류는 스마트폰을 통해 이룩한 위대한 편의성에 뇌를 잠식당하고 있는 중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스마트폰과 그 주변기기의 틀에 묶인 채 깊은 사고와 고민을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수만 년에 걸쳐 어렵게 이룩한 인류 특유의 사고력과 창의력이 무서울 정도로 고도화된 기술력에 의해 의존을 넘어 잠식당하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양상을 만든 대표적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아이들은 스마트 환경에 둘러싸이지 않도록 억제하고 있다는 것은 무얼 의미할까.


기술과 인류가 균형을 이루며 살기 위해서라도 일정 수준의 아날로그식 억제제는 분명 필요하다. 종이로 된 책을 넘기고 연필을 굴리며 사고하고 번민하는 과정을 먼저 거쳐야 한다. 쳇GPT가 화려하게 등장한 세상. 그저 인간이 만든 기술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해도 의존만 하다 보면, 결국 잠식당하고 지배당하기 쉽다.


그 이득은 누가 보게 될까. 0.1%에게 모든 것을 맡길 것인가.


늦기 전에, '인간다움'을 되찾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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