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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Mar 31. 2023

선한 영향력이 발휘되는 법정

법정의 얼굴들(박주영, 모로, 2021)

인상 깊었던 문구를 먼저 나열해 본다.

비록 하찮아 보일지라도 생의 기로에 선 누군가를 살릴 수 있는 최소한의 대책은, 그저 그에게 눈길을 주고 귀 기울여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아닐까. (p.32)
서사가 풍부하고 넓을수록 서정도 크고 짙어진다. 결국 우리가 먼저 할 일은 묘사할 수 없는 서정을 상상하고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묻혀 있는 수많은 서사를 추적하고 발굴하는 것이다. 그런 뒤에야 우린 다 함께 울 수 있을 것이다. (p.120)
매번 뜨겁게 공감하면서 굳건히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고통과 공감은 나눠야 한다. 모두가 함께 아플 순 없다. 그래서도 안 된다. 단, 돌아가며 골고루 아파야 한다. (p.130)
한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 한 사람이라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p. 195)
용서는 용서하는 자의 몫일뿐이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이제 됐다고 웃으면서 말할 때까지, 끊임없이 반성하고 사죄하는 수밖에 없다. (p.230)
비록 피켓을 들고 법원 앞에 서 있지 않아도, 특정 이슈에 따라 입장이 달라져도,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조금 차이가 있어도, 차별과 혐오, 불평등과 억압 앞에서 공감하고 힘을 보태는 것. 나는 이것이 진정한 연대라 생각한다. (p.320)
사랑이란 자신과 다른 방식으로 느끼며 다르게 살아가는 사람을 이해하고 기뻐하는 것이고, 차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를 사랑하는 것이다.(니체) (p.377)

글을 보면 글쓴이의 성품을 엿볼 수 있다고 믿는다. 저자인 박주영 판사는 여느 판사들과는 분명 달라 보인다. 뭐랄까. 선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다. 아니, 최대한 선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로 가득한 법정이라면? 조금은 더 살만하지 않을까 싶다. 잘못이 있는지를 따져 묻고 내 편과 네 편을 갈라 불꽃 튀는 공방전을 벌여야 하는 바로 그 법정에서, 그래도 사람 본연의 모습에 제대로 집중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부분 치유됨을 느꼈다. 고마움과 함께 그에 한참 부족한 내 일상을 돌아보게 된다.


'한 사람이 바뀌면 세상이 바뀐다'는 신념으로 포기하지 않는 한, 분명 조금씩 나아지는 세상을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그 선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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