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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Aug 24. 2023

손 편지가 그리워지는, 간절해지는

나를 지켜준 편지(김수우/김민정, 열매하나, 2019)

여기 20대 청년과 50대 시인이 있다. 몇 번 되지 않는 조우, 그보다 더 긴 공간의 단절이 그들에게 있지만 그들은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하며 기록으로 동행했다. 청년은 인생의 변곡점마다 시인에게 무엇이 성장할지 모를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고 그때마다 시인은 나름대로 지혜의 씨앗을 선물했다.


그건 어느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궤적이 아니었다. 그들은 서로를 보듬었고 서로를 지켜주었으며 함께 성장했다. 나무가 나이테를 더해가듯 시나브로 켜켜이 쌓인 그들의 기록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치유받는 느낌을 갖도록 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고운 보호막, 상냥한 그리움, 그리고 미쁜 단어들. 어느 한 구절을 흐르는 것이 아니라 10년의 세월과 두 사람의 따뜻한 관계 전반에 걸쳐 존재하는 이 요소들이 어우러져 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그래서 좋다.


연일 보도되는 뉴스에는 각자도생 할 수밖에 없는 불안하고 험난한 세상, 상대와 목표를 가리지 않는 분노의 표출이 가득 포함되어 있다. 절로 우울해져 어깨가 처지는데, 이 책은 잠시나마, 조금이나마 '그래도 결국 사람이 답 아닐까'하며 위로를 건넨다.


문득, 손으로 쓴 편지가 그립다. 꾹꾹 눌러쓰고 꾹꾹 눌러 담았던 마음들이 그립다. 인상 깊었던 문구들 몇 개를 옮겨보는 것으로 그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대신해 본다.


내게는 사람이 곧 기적이었다. (중략)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많은 사람에게서 배웠다. 사람들이 길이었다. (프롤로그 중에서 / 김수우)


고뇌는 늘 새로운 고뇌를 만들며, 답은 늘 새로운 답을 만드니까. (진짜 나를 알아가는 시간, p.28)


행복한 삶이라는 꿈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일상이라는 반복된 과정 자체를 아름답게 하는 건 지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시간, p.85)


내가 홀로 서고, 상대방도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인연의 출발점(세상을 이해하는 시간, p.120)


기록하는 일은 늘 깨어 있어야 가능한 작업(좋은 어른을 고민하는 시간,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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