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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Oct 19. 2023

마음이 합니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윤정은, 북로망스, 2023)

# 마음이 합니다


한 보험회사의 한 줄 여섯 글자지만 참 많은 걸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그렇지. 세상만사, 그 시작 중에 마음이 하지 않는 게 몇이나 될까. 마음은 모든 시작이자 끝이다.


그래서 마음을 돌보는 일은 참 중요하다.


그런데 요즘은 그 돌봄이 참 힘들다. 한 줌 고백할 용기가 없어서, 잠깐 눈을 맞추고 온전히 집중해 줄 여유가 없어서, 마음엔 얼룩이 남고 그대로 굳어 벽이, 담이 된다.


# 돌릴 수만 있다면


가끔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시간을 뒤로 돌려 지금의 후회를 번복할 기회를 다시 갖고 싶다는 생각. 3차원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가끔은 그 'if'가 오늘의 후회를 지울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말이다. 그게 진짜 힘이 되려면, 마주 보기 위한 약간의 용기 한 방울, 잠깐이라도 네게 내 모든 것을 집중할 잠시의 내려놓음이 필요하다.


 메리골드의 마음 세탁소는 그 약간의 용기와 잠시의 내려놓음이 존재하는, 우리의 현실인 동시에 꿈이다. 저마다 상처를 안고 있지만 상처를 누군가에게 내보이기에는 어려운 우리의 일상이 잠시 멈추는 곳. 그 멈춤이 마음의 얼룩을 지워주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상처를 내보이고 서로를 보듬기 시작하는 것이다.


마법 같은 이야기지만 결국 우리 스스로 부릴 수 있는 마법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음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서로를 마주 보고, 듣고, 토닥이는 일이 그 시작이다. 마음의 얼룩은 마법이 해결해 주는 게 아니라 시간과 존중과 배려를 세재 삼아 서로 부대끼며 빨아내는 우리의 작은 노력을 통해 지워질 수 있는 것이니까.


좋은 말들이 너무 많아서 모두 담기 어렵다. 누군가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들만 끄집어 소개하고 나머지는 꿀꺽 삼켜 소화시킬까 한다. 내 마음의 얼룩과 마주하는 아름다운 용기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삶에서 어떤 우연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 되기도 한다. 그 순간에 꼭 만나야 하기 때문에 만나고, 그곳에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는 것이다. (p.103)
마음을 치유하고 싶다며 스스로를 열어 보이는 이들은 꽤나 용감한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속이 곯아 있다. 곪아 있는지도, 아픈지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가장 아픈 상처 한두 개쯤은 치유해 주어야 살 만해진다는 것도 모르면서 살아간다. (p.110)
때론 마법보다 시간을 존중하는 것이 더 깨끗하게 세탁을 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p.164)
살아 있길 잘했다. 태어났으니, 살아 있으니, 살아지고 숨을 쉬었다. 죽지 못해 살았다. 하지만 이제 살아 있으니 살고 싶어지고 살고 싶어 지니 사는 게 행복하다. (p.173)
어둠 속에 있다고 꼭 어둠이 아니고 빛 속에 있다고 꼭 빛이 아니다. 어둠 속에 있어도 빛나는 게 있고, 빛 속에 있어도 어두운 게 있다. (p.182)
지난 시간들도 오늘 하루도 견뎌내느라 수고 많았어요. 내일은 버티지 말고 조금은 웃으며 살아내 봐요. 하루 지나 모레도 버티지 말고 조금만 즐거워봐요. 견디고 버티고 그러다 보면 살아지긴 하는데, 그게 너무 오래되면 삶에서 견디고 버틴 기억밖에 없잖아요. (p.207)
빨래도 햇살과 바람이 함께 불어야 바싹 마르는데, 마음에도 온기와 찬기가 그리고 기쁨과 슬픔이 함께 오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일어난 일은 받아들여야 한다. 돌릴 수 있다면 돌리고, 돌릴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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