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서툰앙마 Oct 24. 2023

토사구팽의 정치, 그럼에도 떠나지 못하는 정치판

막전막후(서봉대, 서고, 2023)

토사구팽은 필요악이다.(p.138)

'이기면 충신, 지면 역적'이란 옛말이 틀리지 않았다.(p.287)


기자 출신인 필자는 1990년 국민일보에 입사하여 2020년 뉴스1 부국장으로 퇴직할 때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정치부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 30년 동안 수많은 정치인들의 부침을 지켜봤고 본인 역시 선거 캠프에 살짝 발도 담가보면서 경험을 체득하기도 했다.


그의 시공간적 활동범위가 아무래도 1990년부터 2020년 사이다 보니 이 기간 정치의 앞뒤 이야기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어느 시기를 가더라도 묘하게 닮은 하나의 양상은 반복된다. 바로 '토사구팽의 정치'다.


수많은 정치인들이 화려하게 등장하고 퇴장하기를 반복했던 지난 30년이었다. 반복되는 역사 속에서 '배신', '손절' 등 비록 용어의 포장은 다양했지만 결국 상황 변화에 따라 때로는 뜨거운 동지애로 손을 맞잡고, 또 때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매정하고 차갑게 손을 뿌리치는 일들의 반복이었다. 영원한 적도, 아군도 없는 아수라의 전장이 바로 정치판이다.


그래서 필자의 어휘 역시 조심스럽고 신중한 듯하다. 바라만 보는 정치가 아니라 참여해 본 정치는 분명 온도차가 있으니까. 특히 2022년 대선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이 2023년 2월 말에 출판된 것을 감안하면 충분히 더 풍부한 내용으로 채울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살아있는 권력은 함부로 다루기 어려운 법이고 토사구팽의 대상은 나라고 예외는 아니니까. 100%, 200% 이해는 한다.


그렇게 찬바람 쌩쌩 부는 정치판인데도 언저리를 배회하며 곁눈질하는 심리는 어떤 것일까. 나라면 다를까. 안타깝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를 더 많이 봤다. 그러면서도 화려한 불빛에 이끌려 주변을 끊임없이 배회한다. 나는 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서 말이다. 물론 그런 확신도 없이 정치하는 사람이 더 많아서 문제긴 하지만.


필자의 숱한 자체검열의 흔적 속에서 자체검열하는 글을 쓰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 새삼 참 부럽다. 자체검열하지 않는 읽기로라도 위안을 삼아야 하려나.

매거진의 이전글 마음이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