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고양이 백과사전(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2
개미에서 출발해 저 세상을 지나 고양의의 세계로.
사실상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과 함께 성장한 나로서는 그가 작품을 통해 나아가는 여정과 발전을 항상 기대하고 또 응원하게 된다. 고양이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인간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게 된 고양이, 그리고 그 시선에서 바라본 인간이라는 존재는 개미와 저 세상 이야기에서 바라봤던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히려 이전 작품들과는 달리 고양이 시리즈에서 인간은 철저하게 객체화되고 관찰의 대상이 됨으로써 완전한 '조연'으로서만 기능한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인간에게 집중하게 된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은 뭔가 어리숙하고 모자란데도 불구하고 고도의 지식 체계를 갖추는 데 성공한 특이한 '집사' 그룹이기 때문이다. 주인공 피타고라스는 그 '집사'들이 쌓아놓은 지식 체계 중 고양이에 관한 것들만 발췌하여 백과사전을 만들기에 이르는데 바로 이 책이다.
고양이와 인간의 공존사, 고양이의 습성과 행동 패턴, 그리고 인간에게 영감을 준 고양이에 이르기까지 고양이의 시선에서 인간을 '집사'로 교육시키기 위한 필수 정보들이 가득하다. 그렇다. 이 책은 고양이가 쓴, '집사용 필독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고양이 시리즈를 쓰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대번에 알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하나의 시리즈가 생명력을 얻기까지 작가는 많은 것을 모으고 또 재구성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다음 여행은 어디일까. 또다시 고양이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 어딘가일까. 팬으로서 그의 여정이 벌써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