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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Nov 29. 2023

사람은, 직면하며 성장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신카이 마코토, 대원씨아이, 2023)

문의 건너편에는, 모든 시간이 있었다.

扉の向こうには、すべての時間があった。


문은 폐허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존재했다.


폐허는 정지한 시간, 묻혀버린 그리움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누운 거대한 추억이니까.


그렇게 응축된 시간은 분출할 시간만 기다리며 문 뒤에 존재했다.


그 문을 찾아 닫아야만 하는 토지시 소타.


그리고 기억 속 어딘가 잃어버린 엄마를 찾아 헤맸던 스즈메.


소타의 의무에 스즈메의 상처가 이끌리듯 맞붙으며 둘의 여행은 시작된다.


스즈메가 실수로 뽑아버린 요석 다이진은 어쩌면 둘의 치유를 위한 운명인지도 몰랐다.


여느 성장, 치유 드라마가 그러하듯 그들은 결국 잃어버린 과거를 직면하고, 스스로 회복에 이른다.


하지만 그들의 드라마보다 관심을 더 끈 건 그들이 막아야 하는 존재, 즉 미미즈였다.


과거의 응축된 모든 시간이 좁은 문을 통과해 세상에 드러날 때면 그 형태는 거대한 지렁이, 즉 용암이 꾸역거리듯 느리지만 지향하는 바가 없는, 순수한 그리움과 무겁게 가라앉은 시간의 집합체로 나타났다.


그리고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때, 지축은 흔들리고 사람들은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디디고 선 이 세계의 뒤편에 존재하는 잊어버린 시간의 무게가 만약 현재에 쏟아지게 된다면 충분히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우리는 시간이 한쪽으로만 흐르는 방향성을 지녔다고 착각하지만 3차원 너머의 세계에서는 시간 또한 모든 경우에 동시에 존재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 무게가 3차원으로 쏟아져 들어올 때, 그것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순수한 폭력이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고 난 후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다 못 보고 종료 버튼을 눌렀다.


애니메이션을 먼저 보고 책을 보길 추천한다.

아름다운 음악, 섬세한 필체로 꽤 멋지게 그려냈지만 책이 주는 상상력을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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