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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Dec 29. 2023

끼워 맞춘 길들에 대한 아쉬운 수박 겉핥기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는 39가지 길 이야기(일본박학클럽, 사람과나무사이)

나름대로 선정한 39개의 길일 텐데.

적어도 나는 단 한 페이지도 귀퉁이를 접어가며 인상 깊다는 표시를 하지 못했다.


10만 년 전 아프리카 대륙을 벗어나던 인류의 첫 발걸음부터 시작한 '길'에 대한 고찰은 페니키아인들의 무역항로와 바빌론 유수, 페르시아 전쟁, 한니발 원정, 알렉산드로스의 동방 원정, 그리스도교의 전파와 페스트 로드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 걸쳐 이뤄진다. 하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는 말처럼 39가지나 되는 길들은 하나로 뭉쳐지기보다 각각을 '길'로 규정하기 위한 몸부림 그 이상도 이하도 보여주지 못하는 느낌이다.


'길'이라는 단어에 끼워 맞추다 보니 길이 아닌 곳으로 흩어져 날리는 요소들도 여럿 보였다. 예를 들어 페스트나 종교는 선형인 '길'이라는 단어가 품기에는 그 확장의 범위가 더 불규칙하고 다양하지 않은가. 억지로 '길'안에 가두어 설명하려다 보니 그저 훑어볼 수밖에 없고 그렇다 보니 재미있어질 만할 때 페이지는 끝나버린다. 마치 낭떠러지를 마주한 막다른 길처럼.


3~4개의 길에 집중했더라면 어땠을까. 세계사가 재미있어지도록 하겠다는 목표에 단 1개의 길이라도 그 역할을 다할 수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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