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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Dec 19. 2023

다시 꾸는 꿈, 우주

천문학 이야기(팀 제임스, 한빛비즈, 2023)

과학은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며 우리 모두가 나눠야 할 짐이자 장애물이자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다.(p.234)


# 어린 시절, 내 첫 꿈은 천문학자


그저 하늘을 올려다보는 게 좋았다. 고개를 뒤로 젖히기만 해도 무한한 하늘이 펼쳐져 있고 그곳에는 점점이 박힌 별과 태양과 달과 우주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서 익혔던 별자리를 손으로 그어가며 전설과 이야기를 더듬는 것도 좋았지만 무수히 많은 별들 속에서 창백한 푸른 점 하나에 불과한 지구에서 키울 수 있는 최대한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올랐다.


그렇게 어린 시절, 내 첫 꿈은 천문학자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교육과정을 하나씩 밟아 올라가면서 우주를 향한 꿈은 수학과 물리학의 단단한 정석들을 통과하지 못했다. 결국 이야기를 통해 우주를 꿈꾸는 것에 만족하는 정도로 타협하는 동안 시간은 흘렀고 나이는 먹었다.


그렇게 동경의 대상이 되어버린 우주를 다시 만났다. 저자는 마치 '포기하지 말라'고 말하는 듯하다. 쉽게 설명하고 가볍게 접근하되 소중히 대하고 있다. 비록 여전히 많은 것들이 생소해 수시로 단어들을 뒤적거려야 하지만 우주는 다시 관심사가 될 수 있었다. 단순히 동경하던 대상에서 벗어나 충분히 참여할 수 있는 대상이 될 수 있으리라는 자신감도 얻었다. 꼭 천문학자의 꿈을 꾸지 않더라도 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론 여전히 어렵다. 기본적인 물리학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고 비교적 최신 연구 결과와 발견의 영광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도 겁내진 않을 수 있다. 이미 탐험이 종료된 진리가 아닌 까닭이다. 저자도 이야기하지만 수많은 천문학적 지식들은 언제나 도전자를 기다리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절대 진리로 이미 판가름이 났다면 천문학의 발전은 있을 수도 없었을 것이니 그런 자세로 접근하는 게 옳겠다. 코페르니쿠스도, 갈릴레이도, 케플러도 모두 그런 반항과 도전의 과정 속에서 탄생한 불굴의 천문학자였다.


여전히 천문학은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블랙홀이나 빅뱅, 외계 생명체와 차원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전히 우주적 지식은 수많은 물음표와 빠진 퍼즐 조각 투성이다. 즉, 불완전한 지식이다. 그래서 그냥 바라만 보기에는 아깝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돌파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쳤으면 좋겠다. '원래 그래'라는 답은 우주에서 가장 무책임한 답이자 포기에의 종용이다. 끊임없이 'why'를 던지는 것. 그것이 천문학의 기본 원리가 아닐까.


저자의 말대로 결국 과학은 우리 모두의 것인 동시에 나눠져야 할 짐이고 장애물이다. 나를 둘러싼 세계를 향한 질문인 동시에 나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나'를 온전히 알기 위해서라도 방관자처럼 팔짱 끼고 서서 지켜만 볼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게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완벽한 가이드이자 입문서 중 하나라고 손꼽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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