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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Dec 14. 2023

꿀벌의 나비효과, 그냥 지나치긴 어렵네

꿀벌의 예언1,2(베르나르 베르베르, 열린책들, 2023)

개미와 꿀벌은 대표적인 사회적 동물로 분류된다. 여왕개미(벌)를 중심으로 군집을 형성하고 철저한 분업체계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집단화된 체계 속에서 개체들의 존재 이유는 오로지 군락의 보호와 보전에 수렴하기 때문에 역할에 대한 불만이나 반항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것 역시 특징이다.


그런 이유로 많은 사람들은 개미와 꿀벌의 사회 체계를 인간의 그것에도 도입해 보고자 시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은 다르다. 적어도 지금은 말이다. 만약 인간 사회를 개미나 꿀벌의 사회처럼 만들겠다고 하는 이상론자가 있다면 주의하라. 자칫 전체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미와 꿀벌의 사회 체계는 경이로운 게 사실이다. 공동체주의적으로 볼 때에도 그렇고 그들의 신경학적 교감이나 전달 체계 등 과학적, 생물학적 소통 체계를 봐도 그렇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그런 부분에 끌렸을지 모른다.


개미로 시작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여행은 꿀벌로 돌아왔다. 게다가 이번에는 꿀벌의 지위를 파괴에 가까운 지구의 미래를 구원할 메시아의 수준으로까지 올려놓았다. '개미'때처럼 개미가 대사를 읊는 경우는 없지만 화석화된 여왕개미의 존재는 1천 년의 역사를 넘나들며 미래에 대한 해결책을 내어놓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게 메시아가 아니라면 무엇인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전지구적 위기 극복의 단초를 유대인의 키부츠에서도 발견한 게 아닌가 싶다. 결론부에 펼쳐지는 미래의 모습은 꿀벌 사회와 키부츠 중간 어디쯤이 되기 때문이다. 이상향일 뿐이지만 조금은 우려스럽기도 하다. 소설적 상상력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게 나뿐만의 생각일까.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 애써 사고를 제한하고 보더라도 꿀벌의 나비 효과가 불러올 인류와 지구의 변화상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실제로 꿀벌들은 지구상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고 이를 걱정하는 사람들도 실제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어쩌면 꿀벌의 존재는 정말로 인류와 지구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도 있는 맨 처음 나비의 날갯짓일 수 있다는 공포가 엄습한다.


지구에게 있어, 인간 역시 지나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 전체 시간에 있어 4분 정도 존재한 인간이 초래한 변화는 너무 크고 거칠다. 우리가 무심코 방치한 변화의 단초가 우리 목을 죄어올 수 있다는 것을, 소설은 경고한다.


꿀벌 아니라 그 무엇이라도, 그 어떤 날갯짓이라도 무심코 밟아버리는 일은 없도록 하자. 그게 잠시 머무르다 가는 인류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배려이자 의무다.


너무 비판적으로 읽기보다 가볍게, 하지만 곱씹어가며 읽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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