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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툰앙마 Jan 05. 2024

MZ 감성으로 참 쉽게 푼 유럽 권력사

효기심의 권력으로 읽는 세계사-유럽편(효기심, 다산초당, 2023)

효기심은 종북 좌파다.
효기심은 토착 왜구다.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체감했다. (들어가는 말 중)

구독자 106만 명을 보유한 유튜버다. 아니, '였다'. 효기심의 공식 유튜브 채널은 2022년 시작과 함께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마지막 공지 영상에는 '책 집필에 전념할 것'이라는 메시지와 함께 그간 운영을 통해 점차 혐오의 장으로 변해가던 채널에 대한 회의감을 넌지시 전하고 있다.


책의 말머리에도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느꼈던 소회와 한계를 어김없이 풀어놓았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종북 좌파', '토착 왜구'라는 극과 극의 수식어를 뒤집어써야 했던 감정 말이다. 효기심은 그저 역사를 쉽게,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진짜 이면에 숨어 있는 내용에 대해 전달하고자 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정말 쉽게 잘 썼다. 단어들 역시 일상의 표현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 물론 아~주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물어뜯을 수도 있다. 하지만 어차피 역사란 시대의 입맛에 따라 조금씩 모습을 달리하지 않았던가. 효기심은 그러한 욕망까지도 전달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유럽사의 중요한 순간들을, 당시의 권력자들의 행태를 통해 풀어냈다. 그래서 쉽다. 어떤 부분에서는 통쾌하기까지 하다.


최대한 객관적인 자세를 유지하려 하면서도 중간중간 촌철살인의 자기 언어로 가감 없이 풀어낸 부분도 인상적이다. 몇 군데 소개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대부분 역사를 왕과 같은 '위'를 중심으로 공부해 왔습니다. 한국사에서도 위대한 왕과 장군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상식적으로 알고 있죠. 하지만 일반 평민, 노비의 삶에 대해서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효기심은 (중략) 독자분들이 '위'가 아닌 '민중, 백성, 국민'과 같은 '아래'로부터의 역사도 접해 보시길 원했습니다. 부패한 로마 가톨릭이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위'도 문제였지만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교리'를 추가해 달라던 '아래'의 요구 덕분이었으니 말이죠. 그리고 지금이라고 다를까요? (p.133 / 교황은 잔소리가 너무 심해 - 개신교의 전 세계적 확산 중)


전 세계적으로 혐오가 퍼지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효기심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국인을 욕하면 코로나가 해결될 수 있는 것일까? 우린 반드시 잊지 않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혐오는 그 무엇도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것 말이죠. (p.164 / 왕은 잘못 없어요. 쟤네가 악마예요 - 흑사병과 유대인 박해 중)


한국에서는 '식민 사관'이라는 프레임을 씌우는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이 존재합니다. 사실 조금만 분리해서 보면 복잡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과거 일본이 한반도를 수탈했든 침략을 했든, 실제 그들이 한반도에 들어와서 깔아 놓은 인프라가 광복 이후 활용된 부분들이 있다면, 그들의 침략 이후 한반도에 이득이 된 부분도 있었다고 얘기하면 되는 거죠. 다만 누군가의 침략이 정당화되어선 안 됩니다. 이득이 되었으니 그들의 침략이 옳았다고 얘기하는 것이야말로 선동과 왜곡이죠. 효기심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부정해야만 애국이고 조금이라도 인정하면 애국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것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생각합니다. (p.200 / 유럽에도 이완용은 있었다 - 지구에서 사라진 폴란드 중)


일부분만 읽고 프레임을 덮어 씌우기에 몰두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당했나 보다. 하지만 이게 요즘 사람들의 진짜 균형 잡힌 생각이 아닐까. 곱씹으며 배울만한 자세들이 아닐까.


나이만 먹었다고, 경험이 풍부하다고, 모든 것에 대해 정답만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잣대는 내게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걸 좀 위든 아래든, 정치하는 사람들이든 비판하는 사람들이든 염두에 두면 조금 더 좋은 세상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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