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평범한 미래(김연수, 문학동네, 2022)
버티고 버티다가 넘어지긴 다 마찬가지야. 근데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 (중략) 그렇게 넘어져 있으면 조금 전이랑 공기가 달라졌다는 사실이 온몸으로 느껴져. 세상이 뒤로 쑥 물러나면서 나를 응원하던 사람들의 실망감이 고스란히 전해지고, 이 세상에 나 혼자만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 바로 그때 바람이 불어와. 나한테로.
('난주의 바다 앞에서' 중)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진주의 결말' 중)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행복이 무어냐고 물으면 어떤 이는 돈을, 어떤 이는 사랑을, 어떤 이는 추억을 말한다. 그만큼 행복은 구체적으로 정의 내릴 수 없고 객관화된 표준으로 구분 지을 수 없다. 저마다의 행복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행복이라는 것은 결코 상상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더라. 물론 거창한 것도 결코 아니더라. 어쩌면 평범함 속에 깃들어 있는 게 행복일 수 있고 사소한 것으로부터 분연히 다가오는 게 행복일 수 있다.
그렇다면 행복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이미 지나간 행복을 그리워한다고 해서 앞으로의 미래에서도 똑같이 재현될 수 있을까. 지금보다 더 나을 게 없을 것 같은 불확실한 현재에 갇혀 미래를 더듬기만 하면 그 행복이 저절로 다가오기나 하는 걸까.
8편의 단편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상상하기를 권한다.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엿볼 수 있고 과거에 무심코 던져진 씨앗에서 피어난 가능성 덕분에 새로운 바람을 맞이할 수도 있다. 시간을 넘어, 모든 것에게 감각을 열어 놓을 때 비로소 '세컨드 윈드'가 내게 불어온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소설 '일곱 해의 마지막'에서, 작가는 백석의 잊힌 7년을 상상하며 그가 느꼈을 막막한 절망이 한줄기 빛을 따라 새롭게 생명력을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꿈꾼 바 있다. 이 단편 8개도 그러한 연장선에서 비슷한 궤적을 보인다.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인 것이다. 사랑도, 꿈도, 희망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