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어 오르는 법을 잊은 건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아무 전조도 없이 어느 날 그냥, 잊었다.
당황스러운 일임에는 틀림없었지만 납작 엎드린 채 그는 생각했다.
- 어쩌면, 잘된 일인지도 몰라. 튀지 않으면 나를 귀찮게 하는 일도 줄어들겠지? 비로소 난 작은 자유를 하나 얻은 거야!
그는 운명을 시험해 보기로 했다.
그를 마주한 이들은 튀어 오르지 않는 그가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내 적응했다. 어차피 그들 발끝에 치여 다니는 게 그의 일상이었다. 오히려 튀어 오르지 않음으로써 그들은 안정감을, 평온을 되찾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내색하지 않았다. 그가 자신의 의지와 자유를 외치며 기뻐하는 모습만큼은 내버려 둬도 괜찮겠다고 여겼다.
그래서 그는 오늘도, 자유 의지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중이다.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의지라고 믿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