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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 밀어내기보다 받아들임으로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기억해(김멜라 등 8명, 민음사, 2024)

by 서툰앙마

우리는 가끔 '낯설 뿐'인 것들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는다. 곁을 내어주기는커녕 공격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로 밀어내고 배척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저 익숙하지 않을 따름인데도 말이다. 경계선을 치고 차별을 열거하며 고립을 당연하게 내세우는 것도 어쩌면 두렵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낯설다'는 '다르다'의 전제가 결코 아니다. 우리는 모두 '낯선' 세상에 태어나 '낯익어 가는' 것들과 함께 살아가고 공존하게 마련이다. 8명의 한국, 캐나다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다양성 그리고 포용과 연대'는 속도가 아닌 방향으로, 밀어내기보다 받아들임으로써 서로를 보듬을 수 있다고 속삭인다. '낯섦'이라는 경계를 넘어 서로 다른 두 세계의 겹침을 향해 나아가는 주체들의 우연한 만남과 노력이 결국 공존의 씨앗을 뿌릴 수 있다는 신뢰를 단단하게 다져내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에너지를 빛으로 느끼는 사람, 전세 사기 피해자, 외국인 노동자, 이민자, AI로 간주되던 민원 대응 노동자, 난민, 우주 사절단, 선주민 혼혈인 등 서로 연계되어 있거나 조우하지 않을 것만 같던 사람들은 전혀 예상치 않았던 지점에서 서로를 만나 낯선 충격을 경험하지만 결국 차츰 서로에게 스며들며 '낯익어 가는' 길을 선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각자가 스스로 쌓아 올린 고립의 벽을 무너뜨리며 치유까지 나아간다. 그 과정은 조금 불편하거나 어색할지언정, 폭력적이거나 거칠지 않다. 자석처럼 말이다. 서로 다를수록 오히려 서로를 강력하게 끌어당겨 하나로 만나는 모습으로부터 안도와 믿음이 샘솟는다.


날로 서로를 밀어내기에 급급한 요즘이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서로 만날 지점도 만들어질지 모른다. 낯섦. 그것은 결국 밀어내기보다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한 '우리'의 첫 모습일 뿐이다.


(인상 깊었던 문구는 따로 나열해 본다.)

떠나갔다면, 떠나간 그 길을 따라 다시 돌아올 수 있지 않을까. (중략) 어째서 마음은 숨기기로 작정하면 조금도 밖으로 새어 나오지 않을까. (젖은 눈과 무적의 배꼽)
비는 한 집 위에서만 내리는 게 아니다. (빗방울처럼)
할머니는 달은 밤하늘에 뚫린 구멍이고 그 구멍으로 신이 들어온다고 말씀하시곤 했죠. (중략) 이제 내 가족은 달 뿐이에요. 그것도 가끔, 빛이 적당할 때. (머리 위의 달)
우리 삶에도 일시 정지 버튼이 있다고. (중략) 있는데 그쪽을 보지 않아서 모르는 거라고. (테니스나무)
책. 당신을 위한 가장 작은 지붕 (테니스나무)
꿈은 담벼락이 없는 공동지대예요. 꿈에 묻어 둔 것, 흘린 것은 누구라도 발견할 수 있겠죠. 발견되지 않아도 거기 있는 거고. 그렇게 열어 두는 거예요. 열어 두는 거구나, 혹은 놓아주는 것이기도 하고. (중략) 꿈에서 만나요. 당신 한쪽 끝을 살짝만 열어 두세요. 꿈이 흐르는 방향으로요. (테니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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