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샴푸통, 마지막 생각의 한 꼭지

by 서툰앙마

일기쓰기만큼은 아니지만
10년 넘게 유지하고 있는 습관이 있다.
아침운동.
매일은 어려워도
하루 걸러 하루 정도는
다만 30분이라도
하려고 노력한다.

저녁에는 참 일이 많은 게
현실이다.
일도 해야하지,
술자리도 해야하지,
애도 키워야하지…
오죽하면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까지 나왔겠나.

운동은 힘들고 귀찮아도
샤워기에 몸을 맡길 때에는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그 맛에 길들여져서
아침에라도
꾸준히 하는지 모르겠다.

'저녁'이 있는 삶이든
'아침'이 있는 삶이든
뭔가 자신만의 시간
뭔가 자신만의 여백
뭔가 자신만의 숨표가
필요하다.

하얗게 타오르기만 하다가는
노랗게 휘청거릴 수 있다.
새하얗게 질리다 못해
새까맣게 재만 남았을 때에는
다시 타오를 수 없어
절망하게 될 수 있다.

바닥까지 탈탈 털어
텅 빈 샴푸통을 보며
내 숨표
내 쉼표를
생각해보게 된다.

숨표를 만들자.
쉼표를 만들자.
만족할 만한 진짜 마침표를 찍기 위해.
진짜 타올라야할 때
제대로 불태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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