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 노포를 찾아서#1

싸리재(중구 개항로)

by 서툰앙마

동인천 헌책방거리에서 배다리 밑을 가로질러 야트마한 오르막길을 오르면 오른편에서 만날 수 있는 작은 커피집이다.


목조의 외관만 봐도 심상치 않은 기대감이 스멀스멀 올라오게 만든다. 안쪽을 들여다보노라면 시간은 이미 거꾸로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다.


타임머신을 타는 기분으로 살포시 문을 열고 들어가 본다.

2층짜리 아담한 언덕배기 기대감 가득한 그곳

가지런하게 정돈된 시간의 흔적들이 차분한 분위기만큼이나 조용히 길손을 맞는다. 카운터 왼편으로는 살짝 안채가 엿보인다. 밖에서 엿봤던 다른 시공간은 그렇게 길손의 시간과 발길을 잡아끌었던 게다.


두드려야 열릴 듯하던 망설임도 잠시.


가게 이름을 그대로 딴 싸리재 커피를 시키고 2층으로 향한다.

가지런한 추억들, 그리고 편안함

클래식 선율과 한껏 어울리는 LP판이며 오랜 책이 가득하다. 축음기가 들썩들썩 소리를 쏟아낼 것만 같다. 한편에 놓인 멈춘 시계가 이곳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 어느 시점에 멈춰져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 앞에 넋을 놓고 앉으면 그 모습을 찍기라도 할 것처럼 오랜 카메라가 준비태세를 갖추고 있는 것은 주인장의 의도일까. 우연이 만든 절묘한 배치일까.


시간의 멈춤과 사진기. 그 절묘한 유사함에 잠시 머릿속 추억의 페이지 몇 장이 스쳐갈 즈음, 내 앞에 싸리재 커피가 놓인다.

시간의 멈춤, 그리고 그 앞에 멈춰선 나의 시간

카푸치노처럼 우유 거품이 소복이 쌓인 그 위로 앙증맞은 커피 알 한 톨이 놓였다. 계피향이 살짝 나는 것이 잠시 추억의 상념에 빠져 있던 나의 시간을 현실로 다시 소환한다.


기대처럼 부드러운 감촉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향긋한 커피 향과 멈춰진 시간 속에서 몸과 마음은 완전히 편안해진다.

우유거품 소복히 쌓인 고즈넉한 품격

동인천.


과거 인천의 영화가 가득했던 곳이다. 이젠 조금은 쓸쓸함마저 풍기는 그곳에 싸리재가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인장은 '너무 많이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오진 않았으면' 한다. '여백이 있는 공간, 여유가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왁자지껄한 것도 좋지만 가끔은 이런 멈춰진 여백이 필요할 때가 있다. 단골이 되어 주인장과 친근한 인사를 나누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곳 말이다.


싸리재가 그런 곳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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