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by 서툰앙마

첫 아이의 어린이집 졸업식.
그럴싸한 학사모에 꽃다발은 안은 모습이

새삼스럽다.
인생 첫 졸업을 녀석은 어찌 기억할까.

문득 내 졸업들은 어땠을까 궁금해졌다.
먼지 뽀얗게 앉은 일기 상자들을 꺼냈다.

기록으로 남긴 첫 졸업은 고등학교였구나.
(일기를 쓰길 참 잘했지…)

동생이 카메라를 잘못 다뤄

사진을 모두 날려먹었다.
그래도 대학 간다는 기대감에 희망은 가득했다.

아무도 모를 비밀 한 조각도 담겨 있었다.
2학년 후배의 송사, 졸업생의 답사,
그리고 졸업앨범의 편집후기
이 3개가 모두 내가 쓴 글이었구나…
(송사는 전해 졸업 때 쓴 걸 그대로 학교가 썼다)
(졸업앨범 제작에 교지편집부가 참여했었다)

아무도 몰랐겠지만 쓴 사람은 알 수밖에 없는,
그 뿌듯함과 오묘한 성취감이 일기장에 녹아있었다.
열아홉 나이 감성이 고스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오늘 첫 아이의 졸업을, 녀석은 기억하지 못할지도.
그래서
마흔둘의 아비는 제 감성대로 일기로 기록했다.
스마트폰에는 사진으로도 기억되어 있지만,
왠지 손끝으로 눌러 담은 감성을,
아이는 더 추억하게 되지 않을까.

조금은 기대하는 마음에.
조금은 의미를 부여하는 마음으로.
꾹꾹 눌러 담은 오늘의 추억을
일기장 한 페이지에 나름 가득 담았다.

훗날, 아이가 아비의 기록으로
자신의 첫 졸업을 더듬어볼 수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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