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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징 Dec 02. 2019

하고싶은 일을 한다는 건 힘든데 즐겁다


나는 왜 백수가 되었지?

8년 다니던 회사를 나와 두 번의 이직을 했다. 각각 3개월…. 4개월을 버티다 사표를 냈다. 끈기 하나는 자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난 버티지를 못했고 그때 내 나이 미혼여자 36살 이직이 쉽지 않은 나이가 되어버렸다. 면접을 보러 오라는 곳은 귀해졌고 100세 시대를 살고 있는 나는 이제 무언가를 정하면 그동안 일했던 시간보다 더 곱 곱절의 시간 동안 정한 일을 하며 살아야 하는데 지금껏 해왔던 일을 하며 살 자신이 없어졌다. 이직 준비를 멈추고 새로운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사는 거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어 졌다. 나는 백수 2년 차가 되었다. 

 

난 왜 작가가 되고 싶은 걸까?

주변의 사람들에 비해 감수성이 예민한 편이라 작은 일에 행복을 느끼 슬픔 느다. 그래서인지 감정표현이 잘 드러나는 편이다. 잘 웃고 잘 울고 감정에 솔직하다.  감수성이 풍부하다 보니 모든 감정을 오롯이 느끼는 편인데 특히나 외로움, 고독, 우울, 쓸쓸한 감정에 속수무책이다. 순두부 같은 감성은 상처를 쉽게 받는다. 마음이 단단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록 타인에 비해 고통을 느끼는 통점이 낮은 것 같다. 그게 나인데 나를 오롯이 받아들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그때마다 나를 다독이기 위해 그날의 감정을 글로 옮겼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조금의 위안이 되어서 말이다. 그리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글을 많이 읽었. 위로를 받았다. 언젠가는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아파본 사람은 나와 닮은 사람을 쉽게 지나치지 못한다. 작아지는 마음이 얼마나 힘든지를 아니깐 마음음 위로해 줄 수 있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어 졌다. 또는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설렘 가득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키다리 아저씨 같은 글을 쓰고 싶다. 분명 나와 같은 사람이 많을 테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난 채워줄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해볼만큼 해본 걸까. 기로에 서다.

 

꿈을 좇으려면 돈이 필요하다

일반인에서 예술가의 삶으로 접어드는 건 녹록지 않았다. 종종 취미로 그린 그림들에 대한 칭찬, 글에 대한 칭찬은 일반인의 기준에서였다. 일반인 치고는 잘했던 능력치를 가지고 예술가의 삶으로 뛰어든 건 몰라서 할 수 있었던 겁 없는 도전이었다. 2년 정도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투자라 생각하며 올인했다. 모아놓은 돈은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고 이렇다 할 성과는 낸 것이 없었다. 2년의 시간은 길지만 일반인을 예술가로 바꿔주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갈림길에 서게 됐다. 꿈을 계속 좇을 것인가. 안정된 삶을 살 것인가. 직장과 병행하며 글을 쓰는 건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원하는 조건은 하루에 3시간에서 5시간 정도 그럼 최저 생계비를 보장받으며 계속 글을 쓸 수 있으니 말이다. 가끔 무슨 일 하세요? 질문을 받곤 한다. 에그 드롭에서 아르바이트해요. 현재 작가 지망생이거든요.

   

꿈을 이루면 행복하겠지?

인스타와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 있다. 누군가 나의 글을 읽고 제 마음 같아요. 공감합니다. 위로가 되었어요 감사합니다라는 댓글을 받으면 오히려 고마운 마음이 드는 건 내쪽이었다. 부족한 내 글을 읽어준 것도 감사한데 위로가 되었다는 댓글을 읽으면 칭찬받은 어린아이 마냥 행복해진다. 지금도 이렇게 좋은데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글이 읽히고 사랑을 받으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 상상을 하곤 한다. 

아마도 수상소감을 말하다 울컥 눈물을 쏟아내는 것처럼 나도 울어버릴 만큼 좋을 거 같다.

 

힘든데 재밌다. 결국 난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 

30대 중반 다니던 회사를 나와 꿈을 좇고 있는 나에게 주변 사람들은 멋지다는 표현을 해준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안정적인 생활을 포기할 수 없어 자신은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데 도전하는 것 자체로 대단하다고 말이다. 또는 하고 싶은 일이 없어서 꿈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럽다고 했다. 한때는 으쓱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보물 찾기를 하는데 누군가는 아직 찾지 못한 종이를 나는 발견한 느낌이었다. 작가 지망생, 백수 2년 차가 된 요즘은 확신이 흐릿해진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종이를 펴면 좋은 선물이 적혀 있을 거라 믿었지만 꽝이 나올 수도 있다는 현실을 자각했다. 지난 2년 동안 듣고 싶었던 그림 수업, 글 수업을 듣고 웹툰 공모전, 이모티콘 공모전 등 다수의 공모전도 참가했다. 번번이 고배는 마셨지만 그래도 조금씩 성장해가고 있었 누군가 말한 것처럼 이것저것 도전하다 보면 정말 내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말이다. 시행착오 속에 내가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가고 내가 더 좋아하는 일을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말이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거니깐. 하지만 시간이 더해질수록 묵묵히 해내기란 쉽지 않았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리를 잡고 평탄하게 살아가는 지인들을 볼 때마다 나를 흔들었다. 꿈을 좇는 일은 분명 설렌다. 하지만 결과를 알 수 없어 수없이 나를 고민에 빠트린다. 나에게 현재 행복한가라고 물으면 행복하다고 선뜻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행복하기보다는 힘들 때가 많고 고민이 많은 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행하냐고 물으면 불행하지는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힘든데 즐겁다고 이상한 대답을 할 수 있다. 힘든데 즐겁다 앞뒤가 안 맞는 표현이지만 이 표현이 가장 가다. 목적지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걷는 길은 도착할 때까지 꽤 길게 느껴진다. 언제 도착할지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그런 길을 걷고 있지만 그래도 걷다 보면 포기만 하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도착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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