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런 딸이다.

by 솜이불


엄마는 오래전부터 기울고 있었다.

나는 그걸 몰랐다.

아니, 알면서도 외면했다.


엄마는 세월과 함께 서서히 무너졌다.

나는 그 무너짐을

사랑이라 부르며 당연하게 받았다.


엄마는 아팠고 나는 바빴다.

엄마는 지쳤고 나는 짜증을 냈다.


효도는 늘 달력 끝에,

용돈은 통장에 여유가 생길때.


그렇게 늘 미루는 동안

엄마의 머리 위에는

점점 새하얀 눈이 쌓여갔다.


언젠가

엄마랑 미용실을 갔다.

염색약을 바른 엄마가

햇살 아래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 모습이 바래버린 깃발 같았다.

바람불면 곧 쓰러질 것처럼.


가슴이 아렸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미안함은

숨 쉴때마다 가슴 어딘가를 건드린다.

말로 꺼내지 못한 채

마음속에 백 번, 천 번 눕혀두었다.


엄마는 알까,

나는 지금도 마음으로 엎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