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오후

by 솜이불


오후 두 시,
책상 서랍에서 바람이 새어 나왔다.

서랍 속에선 작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고
나무 아래 웅크린 고양이는
모카 향이 나는 구름을 내밀었다.

나는 말없이
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시계는 풀잎 바늘로
시간을 쓰다듬고 있었다.

비단 우산을 쓴 물고기들이
유유히 떠다니고
정장을 입은 거북이는
느릿느릿 엘리베이터를 탔다.

서랍 밖 세상은
여전히 숫자와 이유로 가득했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이
살짝 비틀리고,
살짝 느긋했다.

편안했다.

뜻을 몰라도 되는 언어들.
조금 어긋난 풍경들.

나는 종이로 접은 구름 의자에 앉아
모서리가 둥근 고민을 껴안았다.

그리고 문득 깨달았다.
이 모든 엉뚱함이
나를 살아 있게 한다는 걸.

어디선가
작은 진동이 흐르고
햇빛이 조용히 책상 위로 돌아왔다.

나는
이상한 나라의 오후를
천천히 접어
마음 가장 깊은 서랍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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