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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Apr 20. 2020

다양한 공연예술의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  

2020 서울 아시테지 겨울 축제를 돌아보고

  다른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

  “A Different World: 다른 세상”이라는 주제 아래에, 2020 서울 아시테지 겨울 축제가 1월8일부터 1월 19일까지 진행되었다.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는 1993년에 시작된 아시테지 여름 축제와 함께,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공연예술축제로 자리 잡았다. 겨울 축제는 2005년부터 개최되기 시작하여, 2012년부터는 ‘서울어린이연극상’수상작을 포함한 국내 우수작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겨울축제의 운영주체인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KOREA)는 새로운 운영진(이사장:방지영)으로 바뀌면서, 2019년 2월, 예술감독제(3년)를 도입했다. 예술감독(배요섭: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상임 연출)을 중심으로 국내 아동, 청소년 공연예술계의 다양한 장르를 수용하여, 보다 창의적인 작품을 발굴하고, 대중들과 나누고자 하는 구체적인 도전을 시작하였다. 

  구체적인 도전은 크게 3개의 영역으로 나누어 진행되었다. 2019년 한해 만들어진 공연 중, 대표 공연(creative Platform) 10 작품, 새로운 형식과 창작작품의 발굴을 위한 뉴챌린지(New Challenge) 두 작품, 그리고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로 출발하는 창작의 씨앗전(Creative Seed Platform)으로 구성되었다. 배요섭 감독은 이 작품들을 선정하는 데 있어서, 창작자들이 작품을 처음 구성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한 생각을 세세히 적은 7-10페이지 정도의 참가신청서를 받았다고 했다. 이 과정을 통해 극단들이 가지는 창작의 고민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말과 글에 치우쳐 있는 작품들보다는 어린 관객들이 다양한 감각의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찾아내고자 했던 노력이 엿보였다.    


  다양한 감각과 양식의 세계로 초대

  겨울 축제의 개막작은 극단 학전의 <아빠 얼굴 예쁘네요>로 시작되었다. 1987년에 연우소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2016년에 영상노래극으로 발전시켜 재공연을 이어오고 있다. 왜 이 작품이 개막작이 되어야 했을까? 극의 시작은 광부 복장의 배우가 등장하여, 석탄 연료의 시대로부터 지금의 핵발전원료와 청정연료의 시대로까지의 연대기를 짚어내는 다소 당혹스러운 정보공유의 시간으로 시작한다. 솔직히 아직도 그 서두가 효과적이었나 하는 것은 의문이다. 학전의 대표 김민기가 모든 노래를 작사, 작곡했으며, 극본과 연출까지 맡은 작품이다. 실제로 공연 내내 배어 나오는 김민기 노래와 음악은 80년대의 향수와 정서를 끊임없이 건드려 주었다. 무대 뒷면의 막에는 거의 흑백의 기조를 띠는 영상과 그림이 공연 내내 함께한다. 또한, 아이들에게는 탄광촌이라는 배경이 오히려 신선하게 받아들여 지며, 엄마, 아빠 시대의 삶의 모습들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도 되었으리라! 그러나 무엇보다도 겨울 축제가 이 작품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꿋꿋하게 아동극을 만들어온 역사의 현장이 지속하기를 바라는 바람이지 않았을까? 또한, 아동극들도 20년, 30년 지속해서 재공연이 될 수 있는 작품으로서 구성력과 동시대성을 갖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주었다고 생각한다. 

  개막작 이후로, 타루의 판소리극 <말하는 원숭이>, 이야기꾼의 책공연 <낱말 공장 나라>, 하땅세의 <깨비가 잃어버린 도깨비 방망이> 등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다양한 감각과 경험을 체험할 수 있는 비언어공연들이 소개되었다. 춤을 기반으로 한 마임, 신체극 <즐거운 나의 집>(극단 즐겨찾기), 현대무용극 <공상물리적 춤>(오!마이라이프 무브먼트 씨어터), 비언어 서커스 밴드라이브 <체어, 테이블, 체어> (팀 퍼니스트) 가 그 작품들이다.  

  <즐거운 나의 집>은 ‘집이 주는 의미, 가족의 의미’ 등의 다소 무거운 의미를 두 명의 남녀 무용수의 움직임을 중심으로 매우 쾌활하게, 그러나 다소 그로테스크한 무대 정서와 함께 펼쳐 보였다. 기본적으로 두 명의 움직임을 통해 계속 생산되는 역동과 리듬감, 중간, 중간 등장하는 불청객 인물(두 명의 무용수 외에 한 명의 배우가 맡아서 연기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괴물 아기, 마치 소꿉놀이를 연상시키는 세세한 소품들과 무대장치, 귓가에 맴도는 음악의 울림들, 한순간 두 명의 배우들을 공중으로 날아 올리는 장치 등이 어린이 관객들의 몰입을 끌어냈다. 

  <즐거운 나의 집>은 춤을 기반으로 한 극이었지만, 인물, 이야기, 사건, 주제 등을 분명히 노출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이에 반해, <공상물리적 춤>은 그야말로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쉼 없는 움직임이었다. 무대 정면에는 생수통으로 만들어진 우주선 같은 커다란 구가 위치하고 있다. 양옆으로는 TV 브라운관, 장난감 칼, 훌라후프, 다리미, 동상 등 각종 잡다한 것들이 놓여있다. 공연이 시작하면, 6명의 무용수가 등장한다. 이들이 누구이며, 이 공간이 어디인지 구체적이지 않다. 특별히 알려주고자 하지도 않는다. 등장부터 무용수들은 합체와 분리의 움직임들을 이어간다. 마치 로봇의 부속 같기도 하고, 어린 짐승들이 떼 지어 뛰노는 것 같기도 하다. 공연 내내 사고가 들어앉을 틈을 주지 않는다. 그저 그들의 움직임에 관객도 숨 가쁘게 쫓아갈 뿐이다. 어린아이들은 놀이에도 전력을 다한다. 마치 그러한 어린이들의 에너지에 압도당하는 듯한 공연이었다. <공상물리적 춤>은 28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단체부문 특별상을 받았다. 


(좌) 즐거운 나의 집 / (우) 공상물리적 춤 (사진 제공: 아시테지 코리아 - 작가: 양동민)

  <체어, 테이블, 체어>는 한국과 일본의 서커스 아티스트로 구성되어있다. 이들은 동시에 기타, 아코디언, 드럼, 클라리넷 등을 연주하는 라이브밴드이기도 하다. 무대는 의자들의 탑이 압도하고 있는 공간을 마주하며 시작된다. 공연이 시작되면, 다소 아쉽게 그 의자들이 해체되고(뭔가 그 의자들이 서커스 무대가 될 것을 기대했었는데), 그 의자들은 무대 위에 재배치되어, 음악인들의 자리로 채워진다. 이어서, 드로잉, 저글링, 비눗방울, 마임 등의 요소들이 조명, 음향, 음악과 함께 결합하며, 여기에 한 남자의 일생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중간중간 삽입했다. 꼭 남자의 이야기를 삽입했어야 했을까? 서커스와 라이브 연주의 감성만으로 연계하는 공연을 만들 수는 없었을까? 라는 생각이 공연 내내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서커스의 요소들과 멋진 연주를 한 무대에서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아동극무대에서는 그 성실한 열정에 비교해 음악적 완성도나 연주의 미숙함, 기술요소들의 조악함 등을 발견할 때, 그 아쉬움이 더욱 커지곤 했다. 그런데 <체어~>의 무대는 기술과 연주의 완성도라는 측면에서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한 남자의 인생스토리를 전달해야 한다는 압박이 느껴졌다는 것이다. 줄거리를 통한 주제전달 방식은 아동극제작현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양식의 관습이라 할 수 있다. 그 한계와 함께,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 비언어극의 가능성을 함께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였다. 


체어, 테이블, 체어 (사진 제공: 아시테지 코리아 - 작가: 양동민)


  주제와 창작과정에 대한 진지한 탐색

  새로운 양식에 대한 도전을 보여주는 작품들과 함께, 주제와 아동극의 창작과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들도 만날 수 있었다. 고양이들의 관점에서 죽음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 문화공감 이랑의 <길 위의 고양이>, 난민이라는 주제를 소리음악극의 형식으로 접근한 올리브와 찐콩의 <보이야르의 노래>, 그리고 스리랑카의 세계적인 그림책작가인 시빌 웨타신하의 원작에서 출발한 스튜디오 나나다시의 <우산도둑>이 그 작품들이다. 

  <길 위의 고양이>는 세 마리의 길고양이들이 숨이 끊어져 가는 고양이를 만나며 시작된다. 어린이들에게는 두렵게 다가올 수 있는 죽음에 대한 문제를 마치 동화 속 이야기를 들려주듯 전달했다. 관객들은 고양이들이 매우 구체적인 죽음의 사례들을 늘어놓음에도, 이들이 또한 고양이라는 것에 심리적인 안정감과 연극적 상징 안에서 죽음을 마주하게 된다. 방랑 음악극이라는 것을 양식을 내세우고 있는데, 세 마리의 고양이는 마치 세 명의 방랑 시인같이 관객들과 눈을 맞추며 때론 노래와 함께 이야기를 전개해나간다. 관객들은 대체로 10세 전후의 어린이들이 많았는데, 다소 소란스러우면서도 세 명의 고양이들에게 몰입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탄탄한 연기의 앙상블과 함께(김수아 배우 28회 서울어린이연극상 개인 연기상 수상) 죽음이라는 주제를 성찰하게 한 의미 있는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보이야르의 노래>는 로힝야 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아동극의 소재로 흔히 다루지 않는, 그러면서도 사회적으로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우선 인상적이었다. 아주 민감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쿠시와 리아라는 두 명의 아이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갈등의 모습으로 풀어내고 있다. 다양한 악기와 소리의 활용, 쿠시와 리아가 서로에게 다가서고 멀어지고 부딪히는 움직임들을 마치 어린이들의 놀이 모습을 연상케 하는 움직임들로 찬찬히 풀어내고 있다. 관객들은 난민이라는 담론의 개념을 강요받지 않는다. 그 어떤 강요나 주장도 없다. 그저 두 아이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에 주목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아동극에서 소재를 풀어나가는 진지하면서도 미학적인 창작의 과정을 보여준 수작이라고 생각된다. 실제로 이 작품은 2019 한국연극협회가 선정한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되기도 하였다. 


(좌) 길 위의 고양이 / (우) 보이야르의 노래 (사진 제공: 아시테지 코리아 - 작가: 양동민)


  <우산도둑>은 이번 겨울축제에서 가장 큰 호응을 불러일으킨 작품이었다. 실제로 이 작품은 28회 서울어린이연극상에서 단체 부분 대상, 연출상, 관객상을 휩쓸었다. 우산 없는 마을에 사는 한 친구(키리마마)가 도시에 나가 우산을 사오며 벌어지게 되는 이야기다. 키리마마는 어린이인가? 혼자서 도시에 다녀온건가? 공연은 이러한 점에서는 설명도 없다. 그저 키리마마가 처음 본 우산이 너무 좋아, 우산을 사 오고, 그것을 두 친구 키리키리, 차쭈에게 자랑하고 나누고 싶은 열망만 보여줄 뿐이다. 이 공연은 도덕적인 문제에 천착하지 않는다. 세 명의 친구 사이에서 일어나는 정서의 과정에 철저히 집중한다. 마치 숨바꼭질, 치기 장난에 몰입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여주듯이. 필자는 바로 이 점에 주목한다. <우산도둑> 원작에서는 키리마마가 나중에 우산을 찾은 후, 우산도둑이 마을에 사는 원숭이(키리키리)임을 알게 되지만, 이 작품에서는 애초에 세 명을 친구로 설정하였다. 이 작품의 연출(김예나)과 세명의 배우(김효인:키리마마, 신덕규;키리키리, 전영희: 차쮸)는 키리마마가 우산을 만났을 때의 희열, 우산이 계속 없어지면서 늘어가는 분노와 절망, 우산도둑을 찾으려는 탐정놀이,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이 회복된 후에, 키리마마가 진정 원했던 것은 나쁜 도둑을 잡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놀고 싶었고, 그러지 못해서 속상했었다는 것을 형상화하는 데 집중했다. 그것을 원숭이 인형 활용(배우 신덕규는 자신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원숭이를 조정한다. 어느 순간 둘은 한 몸 같기도 하고 철저히 객관적인 타자처럼 보이기도 한다), 공간에서의 숨고 숨기고, 쫒고 쫒기는 움직임의 리듬, 다양한 색의 우산, 찾잔 세트, 테이블 등의 소품, 조명, 그리고 분명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3명의 인물 등을 활용해 표현하고 발산한다. 아동극에서의 연기가 어린이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어린이성’을 탐색하여, 그 과정을 다양한 연극요소로 구체화하는 것임을 여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이 작품은 2018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참여형 어린이공연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탄생하였다. 필자도 이 사업에 창작 멘토인 팀 티처(team teacher)로 참여하여, 개인적으로 이 작품의 형성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아동극에서 참여란 무엇인가? 참여의 가장 중요한 요소란 무엇인가? 어린이 관객들을 무대로 불러내기만 하면 그것이 참여인가? 그리고 참여라는 이름으로 반드시 그러한 과정이 필요한 것인가? 어린이들이 실제로 몰입하고 집중하는 현상과 정서를 포착하여 그것을 섬세하게 공유하고자 하는 태도가 기본이 아닌가 하는 고찰을 하게 한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우산도둑>은 아동극이 가지는 본질과 방향, 그리고 창작과정의 방식과 연기에 대한 매우 유의미한 발자국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우산 도둑 (사진 제공: 아시테지 코리아 - 작가: 양동민)

    뉴챌린지와 창작의 씨앗전들이 보여준 가능성 

  2020 겨울축제에서는 10개의 대표공연 외에 새로운 창의성의 세계를 보여줄 수 있는 2개의 작품이 선정되어 관객들과 만났다. 창작집단 인사리의 <Room, Chink, Room>과 작은극장 H의 <무니의 문>이다. <Room~>은 배우들의 연기를 따라가는 작품이 아니라, 공간 속에서 빛, 빛에 투영되는 피사체, 그 피사체들이 공간 속에서 만들어내는 리듬과 역동이 만들어내는 그림자 이미지 극이었다. 무대 공간도 계단식 극장의 중간 로비에서 진행하여 일반 프로시니엄 무대와는 다른 환경 속에서 진행되었다. <무니의 문>은 1인 테이블 오브제 극이었다. 이 작품은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2019 예술로 상상극장’에서 개발, 제작되었고, 겨울출제에도 선정되었다. 한 명의 배우가 이야기와 무대 변화 음악, 각종 오브제를 조정해나가면서 담담하게 ‘무늬’의 이야기에 우리를 몰입시켰다. 큰 무대공연이 아닌, 작은 테이블에 초점을 맞추어 관객을 몰입시키는 매우 흥미로운 작품이었다. 일상의 소품들을 통해 구체적이고 섬세한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내어, 관습적인 인형극과는 또 다른 재미를 갖게 해 준 공연이었다. 두 작품 모두, 재능교육 JCC 크리에이티브센터 오디토리움에서 진행되었는데, <무니의 문>은 계단식 형태의 공간에서 관객들이 아래로 내려다보는 환경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몰입의 효과를 높였다고 보인다. 두 작품 모두, 어린이들뿐 아니라, 연극관계자, 성인관객들이 많이 찾은 작품이었다. <무니의 문> 한혜민 배우는, 28회 서울어린이연극상 개인 부분 특별상을 받았다. 

  2020 겨울축제에서는 새롭게 시도되는 발표의 장도 있었다. 완성된 작품이 아닌, 구상 중인 창작 초기 단계의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공간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1월 13일과 14일 양일간, 국내외 아동·청소년 공연예술관계자 30여 명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총 9개의 발표가 관계자들과 만났다. 인형, 오브제, 즉흥을 통한 참여, 옛이야기, 소리 등의 요소에서 촉발한 아이디어들을 통해 훗날의 공연 모습을 상상하게 만드는 흥미 있는 공간이었다. 이 이야기 중 내년 겨울축제에 완성된 공연의 형태로 올라올 수 있는 작품을 만나면 좋겠다는 기대감도 동시에 들었다. 완성된 공연을 보는 것 이상으로, 필자에게는 영감을 안겨주는 시간이었다. 겨울축제의 미래, 우리 아동·청소년공연계의 미래를 전망할 수 있는 소중한 도전이자 출발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세상그 이후의 여정을 위하여

  2020 겨울축제는, 예술감독제 도입과 함께 아동·청소년 공연현장의 새로운 전환점을 시도하였다. 무엇보다도, 그동안의 겨울축제가 관객들에게 좋은 아동·청소년공연을 소개하고 공유하는 ‘시장’의 역할을 했다면, 올 겨울축제에서는 시장의 역할과 함께, 창의적이고 다양한 아동·청소년 공연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실제로 춤, 서커스, 오브제 등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공연영역을 수용했으며, ‘창작의 씨앗전’과 같은 창작 초기 단계에서 고민을 공유하고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는 기반 또한 마련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수용과 도전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 고민해야 할 점들을 짚어보기로 하겠다. 

  첫째, 작품의 양식과 창작과정에 대한 고찰을 구체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번 겨울 축제 참가자 중, <우산도둑>과 <보이야르의 노래>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참여형 어린이공연 창작지원사업을 통해 탄생한 작품이다. 또한, 뉴챌린지 부분에서 공연한 <무니의 문> 역시, 관악어린이창작놀이터 2019 예술로 상상극장을 통해 개발되었다. 아시테지 겨울 축제, 그리고 더 나아가 한국의 아동극이 진화하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공급의 현장에 노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동극 관계자들이 구체적으로 창작을 고민하고 실험할 수 있는 시간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시간에 대한 허용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되어야만 앞으로의 여정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아동청소년극의 관객층에 관한 연구가 필요하다. 아동·청소년공연은 분명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지만, 그 특성상 대상들이 직접 공연을 선택하지 않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이번에 참여작품들의 대상은 대부분이 5세 이상이었고, 3, 4세 이상도 있었다. 이 관객의 기준은 어떻게 설정된 것일까? 5세 이상의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인가? 아니면 5세 이상 부모세대를 포함한다는 것일까? 또한, 많은 공연이 관객과의 공유와 체험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 공유와 체험의 영역을 어디까지 설정하고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도 하게 되었다. 아동청소년극의 차별성은 바로 이 대상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번 겨울 축제의 관객층은 어린이 단체관람, 부모와 어린이가 함께 온 가족관객, 다양한 공연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성인 및 연극관계자들이 모두 포함되었다. 이 관객층을 모두 수용할 수 있겠지만, 아동극 전문가로서 관객에 관한 연구는 결국, 자신들이 만드는 작품의 정체성과 양식에 대한 고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핵심이 될 것이다. 

  셋째, 극장 환경에 대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겨울축제는 종로아이들극장,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동양예술극장 2관, 그리고 올해부터 재능교육 산하 JCC 크리에이티브센터 오디토리움을 연계하여 진행되었다. 각각의 작품과 극장과의 연계는 합리적이었는가? 실제로 극장공간과 환경은 아동극을 공유하고, 관람하고, 체험하는 데 변수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조건들이다. 극장과 공연작품과의 효율적인 연계와 전체 극장 환경을 통해 아동청소년공연이 성장해나갈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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