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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지영 Dec 23. 2019

왜 21세기 교육과정에 연극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가

예술교육 연구일지 세번째

  2019년도 2학기  한예종 연극원 연극교육론 수업....

  이번 수업에는 극작가 학생들이 유독 많이 수강을 했다. 확실히 연기과 학생들과는 그 정체성이 다르다. 연기과 학생들은 일단, 자신안의 역동과 움직임으로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서, 움직이면서 반응한다. 이에 반해, 극작과나 연출과 학생들은 우선 멈칫하면서 다른 이들을 관찰하기도 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 가는듯도 하다. 그러나 일단 한번, 하나의 질문이 생기면, 좀 더 그 질문에 탐닉하고 천착하려는 경향도 있다. 또한 이 수업은 예술사 학생들과 전문사 학생들이 함께 듣는 수업이다. 전문사 학생들은 연극에 대한 경험이나 고민이 좀 더 많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반해 몸이 쉽게 움직이지는 않는다. 이러한 조합들이 함께 모여 연극이라는 예술매체가 교육이라는 체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들, 이유들, 그리고 현재의 문화예술교육 생태계에 대해 함께 공유하고 고민하는 한 학기를 가졌다.


  '왜 21세기 교육과정에 연극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가'는 기말과제였다. 그동안의 수업 속에서 실습하고, 발표하고, 이론적 개념을 정리하고 했던 모든 자료들을 바탕으로 개인적으로 연극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 근거를 찾아보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도출된 5가지의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첫째, 인간의 역량에 대한 탐색과 질문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역량을 효과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연극을 통한 체험이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접어든 지금의 환경에 대한 탐색으로부터 시작된다. 전세계에서 알파고를 이긴 유일한 바둑기사인 이세돌은 그의 은퇴대국을 우리나라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한돌과의 대국으로 선택했다. 이 사건은 우리가 어떠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노동과 기술의 영역을 매우 빠르게 대체해 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진정 인간의 역량이 무엇이며, 그 역량을 지켜나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실제로 4차산업혁명시대 전문가들이 말하는 21세기 인간의 덕목 4가지는, 첫째 상황파악지능, 둘째, 정서지능, 셋째 영적 지능, 넷째, 신체지능이다. 이러한 지능들을 효과적으로 키워나갈 수 있는 것이, 예술, 특히 연극을 통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왜? 연극을 경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연극을 해본다는 것은 하나의 이야기에참여하는 것이다. 그 안의 인물, 사건, 공간에 대한 상황파악을 기본으로 하며 표현하게 된다. 둘째, 인물들에 공감하고, 사건이 가지고 있는 맥락을 파악하며, 그 사건 속의 정서적 진실에 맞닿아보게 된다. 셋째, 연극에 참여하는 모두가 함께 연극의 세계를 공동으로 함께 완성해나가면서 공동의 창의성과 상상력을 구체적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넷째, 신체의 기능을 어느 순간, 어느 환경에도 맞추어낼 수 있도록 단련해내는 것이다.


  둘째, 진정한 배움이란 학생들이 배우기를 원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이미 '참여자중심'교육이라는 것이 교육의 개념이자 목표가  되어버린 세상에서, 실제로 그 '참여자중심'교육을 어떻게 실현할 수 있다는 것인가?

  교육연극의 역사를 공부하면, 그 선구자들, 특히 교사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스스로 학습주제를 탐구해나갈 수 있는가에 초점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초점 속에서, 연극이 주는 가장 큰 동력은, '지금, 바로 여기'에 학생들이 몰입할 수 있는 에너지와 역동을 창출해 낼 수 있음을 발견하고, 적용하며 도전해왔다는 것이다. 인물이 되어서, 사건 속으로 들어가 보면서, 그 상황을 맞닥뜨리며, 학생들은 호기심과 관심을 가지게되고, 그것이 학습에 대한 적극적인 동기부여로 연결될 수 있는 그 방안과 에너지의 접근이, 연극을 통해서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셋째, 현재의 입시위주의 교육체계 속에서의 '해결방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세번째 방안은, 두번째와 살짝 겹칠수도 있겠다. 그러나 두번째 방안이, 교육에 대한 보다 본질적인 질문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이라면, 이 방안은 실제의 교육체계 속의 방법론으로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교육연극 전문가인 도로시 헤스코트는 '드라마를 통해 살아보기(living through drama)'라는 개념과 방법을 구체화내었다. 학생들이 직접, 사건과 상황의 전문가의 관점으로 역할을 입는, 전문가의 망토기법, 그리고 교사들이 구체적인 역할을 가지고 상황을 제시하고, 문제 속으로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역할 속 교사 (teacher-in-role)' 등은 실제로 학생들이 사건 속으로 몰입하게 해주는 훌륭한 연극적 장치들이다.

  21세기 들어, 최고로 요구되는 것이, 학습자들의 '역량'을 키워내는 것이다. 학습자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판단과 선택으로 일상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역량을 어떻게 키워낼 것인가?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실제로 체험하고, 경험하면서 찾아가게 할 수 밖에! 그런데 바로 그 찾아가게 하는 통로가 될 수 있는 것이, 연극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넷째, 다원화된 사회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과정을 찾아가는 방법이자 체계의 근거가 될 수 있다.

  '공동체'와 '협업'은 21세기를 살아내기 위한 중요한 덕목이자,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지역공동체, 생활공동체, 일상공동체, 취미공동체 등의 다양한 움직임들이 도출되고 있으며, 그 다양한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자발적인 움직임들이 생겨나고 있다. 기성들을 꼰대라 부르며, 그들이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일말의 요동도 없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공동체 안에서 신명나게 새로운 과업들을 수행해내는 것을 발견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문화가 되고, 새로운 인류의 비전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또한 협업 또한 21세기의 전문가의 중요한 핵심능력이 되어가고 있다. 아무리 한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다른 분야의 전문가 혹은 행정가들과의 소통이 되지 않으면, 자신의 전문성을 펼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라고 할 수있다.  기업과 예술가가 만나서 하나의 브렌드를 탄생시키고, 서로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이 융합적인 생태공간과 문화영역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소통의 시대~ 이 소통을 구체적으로 경험하면서, 갈등하고, 갈등 속에서, 타협하고, 결국은 하나의 목표를 결정하고 구체화하는 능력, 그것이 바로 장면만들기, 연극만들기를 통해서 구현될 수 있지 않을까?


 다섯째, 인간들이 마음놓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볼 수 있는가? 그 선택의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바로 연극하기의 공간이라는 것이다.

  수십년간 강의를 하면서 만나는 학생들에게 공통적으로 발견하게 되는 것! 그들은 정말 스스로의 선택을 자유롭게 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시대를 먼저 살아온 나에게도 공통의 사항이다. 물론 입시지옥의 환경이 더 첨예한 우리나라의 청소년들이 좀 더 이러한 기회가 없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인간 전체에게 돌려보아도, 실제로 자신의 인생에서 마음놓고 무엇인가를 선택해볼 수 있는 기회를 갖기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연극을 통한 경험에서, 특히 연극교육론 수업에서의 초반 워크숍에서의 중요한 흐름은 '즉흥'을 통한 체험이었다. 물론 시간마다,자기표현, 움직임, 매체활용, 소리와 공간 등의 출발점이 있었지만, 이 모든 수업들은 즉흥이라는 에너지 속에서 흘러간다는 것이다. 학생들은 즉흥의 에너지 속에서 온전히 자기자신과 마주하고, 표현할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러면서 발견하고 희열을 느끼기도 하고, 매우 진지해지기도 한다. 또한 자신을 발견하는 필수과정 속에서 내 옆의 친구, 공간 속의 다른 친구들을 발견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발견을 계속 가능하게 하는 것이, 즉흥을 통한 끊임없는 선택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정제된 표현을 하기 이전에, 옆친구와 반응하며 움직이고, 매체를 통해 발산하고, 표현하게 되는 등, 그 모든 과정은 진정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그것을 확인하는 선택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왜 연극수업이 효과적인가? 특히 작품을 만들기이전의 연극놀이를 통한 수업에서 실제로 학생들은 머리 속에 있는 상상을 구체화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에 대한 어떠한 제지도 평가도 받지 않는다. 서로 공유하면서 그 안의 가능성을 함께 타진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자신의 선택에 안심하게 된다. 이것은 매우 커다란 정서적 자산이 된다. 스스로 확인하고 검증해서 안심을 하게 되는 선택과정! 연극놀이 수업을 통해서 가능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연극놀이의 과정을 통해 장면만들기가 연계되는 것이다. 무작정, 대본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존 듀이도 그렇게 '하나의 경험의 과정', '경험의 흐름'을 중요시 했던 것이 아닐까?


  연극교육론 수업의 핵심은, 담당강사가 자신의 경험을 풀어헤쳐놓고, 자신의 경험을 전달하는 수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연극이 왜 교육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 역사적, 사회적, 연극적 개념을 통해 이러한 질문을 도출하고 정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 과정을 통해, 이번학기에 도출된 개념들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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