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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유명해지지 말고 계속 노래하고 춤 춰주면 안돼?

by 바리데기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아무도 봐주지 않아도

다른 사람 말고 네가 하고 싶은 말을 하면 안돼?

몸으로 소리로 외치면 안돼?

너무 버거워서 힘이 없을 때는 쓰고 그리면 안돼?


왜 개인적인 시간까지 타인의 욕망을 채워야해?

그래, 내가 느끼는 것을 남도 함께 좋아해주면 좋겠지.

근데 어느 새 주객이 전도 되잖아

그리고 네가 느끼는 그 내밀함까지

남들은 먹고 사느라 못갔잖아.

검열하지 말고 어떻게 먹고 살지 걱정하지 말고

뭐하는 발악인지 자책하지 말고

너는 춤추고 노래하도록 태어났잖아.

그리고 쓰도록 그냥 네 안에 있는 것을

어떻게든 내어놓도록 태어났잖아


왜 그걸 누가 고르도록 두는 거야?

그래 이건 좀 괜찮고 그건 좀 별로다하면

왜 그것이 너의 목소리가 되는거야

왜 스스로 타인의 광대가 되려는거야?

정말 네가 되고 싶은 것이 타인이 원하는 걸 해줘서

조건부의 사랑을 받는 거야?


정말 그 짜여진 안무와 그 무대가

네가 하고 싶었던 시간과 방식이야?

정말 너 혼자 있을 때도 그렇게 할거야?

상품은 언제나 반복되어도 동일한 품질을 유지해야해

근데 너는 상품이 아니잖아.

왜 네가 동일한 목소리로 동일한 안무를 반복해야해?

왜 무대가 아닌 곳에서는 춤추지 않아?

무대를 위한 연습이 아닐 때에는

왜 아무도 너를 보러오지 않고 돈을 지불하지 않을 때는

왜 노래하지 않아?


너에게는 춤과 노래, 글과 그림이 숨이 잖아

숨을 돈줘야 쉬고

남이 보아야 쉬니?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 쉬어지는 것이 숨이잖아.

그제서야 네 호흡대로 편안하게

입벌리고 얼굴 근육 풀고

나자빠져 숨쉴 수 있잖아.


먹고 노래하고 책읽고 자고 글쓰고 춤추면서

어떤 자세 어떤 감정이든 어디서건 고민없이 숨쉬잖아.

누가 네 숨을 통제하려 든다면

그건 분명 협박 때문일 거야.

너를 두렵게 해서 네가 말을 듣고 있을 뿐인 거잖아.


그래 생계를 위해 일을 해야하겠지.

근데 너의 숨을 저당잡히지는 마.

제발 너의 숨만은 자유롭게 날도록 해줘.

나는 그렇게 너를 사랑해.

내가 하라는 거 하지마.

내가 원하는 거 하지마.

그냥 네가 내가 없는 곳에서

마음껏 큰 숨을 몰아쉬기를 작은 숨을 짹짹이기를 원해

멋지지 않아도

예쁘지 않아도

아니 그런 척 하지 않아서

잘 보이려고 하지 않아서

나는 너를 상상하며 행복한 웃음을 지을거야.

그게 나에게도 용기를 줄거야.

다시 살아난다면

어디선가 살고 있다면

꼭 그렇게 숨쉬듯 살아줘

난 보지 못한 너의 춤을 보고 노래를 듣고 싶어.

내게 그렇게 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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