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이 버젓이 내 몸 안에 있다.

by 바리데기

심장으로부터 손끝으로 흐른다.

고통의 감각은

저릿하고, 무겁고, 밀도 있고,

폭발할 것 같으나 어떤 능동적인 움직임도 수반하지 않는다.


친구가 물었다.

왜?

글쎄, 세상이 부조리해서?


머릿 속을 맴돌았다.

다들 같은 세상에 살잖아.

저게 니가 힘든 이유가 돼?


된다.

맹목적 믿음을 가질 수 없다면

부조리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어느 날 진실을 마주하게 된 자는

속절없는 재난에 폐허가 된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강화길의 치유의 빛에서

그녀는 그 제목을 비틀었다.

비웃어버렸다.


고통이 돈벌이가 된 세상.

치유와 구원이라는 거짓.

너무나 달콤한 거짓.


사의 찬미의 연극에서

삶을 위해 택했던 선택들은

그들 자신으로 사는 것을 허하지 않으므로

그들은 죽음으로 그들의 삶을 살고자 한다.

그렇다면 왜 죽지 않았어?

치유의 빛에서

지수는 끊임없이 해리아에게 묻는다.


이 집 커피는 너무 쓰다.

커피는 원래 쓴데 쓴 걸 마시면서 쓰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진심이다.

말이란 이토록 가난하다.

너무 가난해서 안그래도 가난한 자의 마음에 절망을 선물한다.


시스템의 언어는 밟고 희망차다.

정돈되어 있고 간결하다.

예측가능하고 통제되어 있다.

그리고 언제나 인내를 요구한다.

카프카의 법 앞에서가 떠오른다.

종일 문지기가 문을 열어주길 평생 기다리다 죽는 늙고 가난한 시골 사람.

시스템의 빛에는 눈물과 어둠이 없어서

마르고 눈이 부셔 한시도 쉴 수 없다.

그래서 나는 고통을 안고 이곳에 가만히 있다.

고통이 심장을 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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