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자살 시도를 했어. 그래서 너무 화가 났어.

by 바리데기

여기서 그녀는 한 명이지만 여러 명이다.

죽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 그리고 시도한 여려 명 중 한명.

족족 맞는 소리만 했어.

정말이지 설득이 됐어.

그래, 정말이지 너무 괴롭겠다. 그리고 방법이 없네.

도무지 이 사회에서 너답게 살아서는 인정받을 방법이 없어.

근데 공부도 그닥 잘하지 못할 거고 스트레스로 머리는 빠지고

불안해서 견딜 수 없고 잠도 안오고

희망은 없네, 희망은 없는 게 맞아.

네 성적은 계속 떨어질 거고 한국에서 대학가기란 정말 하늘에 별을 엄빠가 따줘야할 판인데

넌 흙수저구나.

그런데 학교도 자퇴했다고?

저런. 정말 답이 없네.

대학도 좋은 대학 가기 힘들겠네. 수능도 잘 못한다고?

그런데 대학을 가고 싶다고. 그래 대학가는 거 말고 사회성도 없고 숫기도 없고 자신감도 없는 네가 뭘 할 수 있겠어.

우울한 애를 누가 좋아하겠어.

정말이지 죽지 않을 수가 없겠다.

정말 이 고통을 피할 길이 죽음 밖에 생각이 안나겠어.

그 어떤 것에도 나는 동의하지 않지만 현실이 그렇다.

나는 아무 할말이 없다. 그녀가 느끼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다.

고통은 언제나 진실되다.

왜 살아야하는지 말해줄 게 없다.

가난하고 무시당하고 사랑받지 못하고 관심받지 못하는 삶일 것이다.

그런 삶을 살게 되면 어떡하냐고 묻는 것이다.

그런 삶을 살게 될까봐 불안해서

죽을 것 같은 공포를 이기고 공부를 하고 학원을 나가고 학교에 가는 것이다.

앞으로 나아질거라고 말해줄 게 없다.

부자고 존경받고 사랑받고 관심받는 삶이 되는 것도 힘들지만

그런 삶이 되어도 유지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또 잃을까봐 얼마나 두려운지

있다가 없어지면 얼마나 더 고통스러운지 밖에 말해줄게 없다.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멍청한 나와 사회에게 화만 난다.

나는 죽으라고 할 수도 죽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 자살하고 싶다는 말에 정말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책임을 면하고 싶어서 입원을 권유한다.

그들은 당연히 동의하지 않는다.

자살할 권리만은 ㅃㅐ앗기지 않을 것이다.

하루종일 환자의 반절 이상은 죽고 싶다고 온다.

대개의 이유는 집단 괴롭힘, 학업 스트레스, 취업 스트레스.

그 나머지 반절은 일 잘하고 학업 잘하고 싶다고 집중력을 올려달라고 한다.

점점 슬퍼진다. 점점 화가 난다.

그래 해달라는 대로 해주자. 그렇게라도 견디게.

그렇게 6개월.

나는 오늘 진료를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저들이 원하는 삶이 나인거 같았다.

그래 나는 저 모든 것을 이루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오답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아직 죽지 못했다.

죽지 않았다.

죽지 않을 것이다.

나는 찾을 것이다.

사회가 말하는 오답같은 인생이어도 살아야할 이유.

도대체 그놈의 자기다운 삶을 어떻게 살라는 것인지.

실패가 죽음이 되는 이 사회에서

부모도 부끄러워하는 인간이 되고

실패자의 낙인이 찍히고

불성실과 무책임한 인간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는 이 세상에서

어떤 힘으로 살아낼 수 있는 건지

빛이 보이지 않는 이 어둠에 출구는 있는 건지

나와 같은 사람을 만날 때까지

살아있을 수는 있는 건지

그 여정을 시작해보려한다.

나는 모르겠다.

앞으로 삶이 어떻게 이어질지.

같은 특성도

사회적 지위를 유지한 상태에서는 자유롭고 자신감넘치고 개성있는 사람이지만

사회적 지위를 잃으면 변덕스럽고 자기중심적이고 괴상한 사람이 된다.


그냥 나는 나일뿐인데 어떻게 이렇게 극단적인 평가들이 있을 수 있는지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나 그대로 살면서 사랑받는 것이 가능한가?

아니 삶을 이어가는 것이 가능한가. 희망을 갖는 것이 가능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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