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실패가 아니란 것
내가 퇴사를 결정한 다양한 요인 중 가장 큰 이유는 ‘무기력’이다. 사무실에 앉아서 멍을 때리게 된다거나, 해야 할 일을 앞에 두고도 할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이런 시간이 오래 지속됐다. 그곳에서 스스로 불용한 인간이 되는 것 같았다.
쏟아지는 햇살과 대조적인 창밖 풍경은 점점 정신 쇠약의 길로 이끌었다. 프레임을 가득 채우고 있는 흰 건물과 규칙적으로 배열된 창문들로 인해 자연과의 단절을 실감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으면 삶의 무력함이 아무렇지 않게 찾아와도 되는 건지 의심스러웠다.
이곳에서 일한 1년 동안 아주 잠깐 좋은 기분으로 지낸 적도 있다. 명상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그때. 사무실에서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것은 일주일도 안 돼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모든 것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힘듦을 대체했던 즐거움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지 않고서는 매일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고역이었기에, 대체할 수 있는 기쁨 없이는 버티기가 어려웠다. 연말과 연초가 되자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닥쳤다. 나는 그 작은 공간에서 늘 혼자였고 기댈 곳 없이 흔들렸다. 그럼에도 가장 좋은 편의를 누리고 있다는 명제에 대해 의심 한 번 품은 적 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절벽 앞에 서 있었던 것 같다. 센 바람이 불어오면 절벽 아래로 떨어질 것 같은 긴장감, 불안감. 이런 상황에서 1년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종종 찾아와 주었던 사람들 덕분이었다. 내 안을 갉아먹는 적막을 깨트리고, 기꺼이 소리 내어 나의 무기력을 깨어준 사람들. 꽉 막힌 공간에 불어오는 맑은 공기처럼 나의 숨통을 트여주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손길은 나를 심연에서 완전히 꺼낼 수는 없었다. 들고 난 자리에는 더 큰 고요함이 찾아왔다. 스스로를 둘러싼 탁한 공기는 여전히 나를 짓눌렀다.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족쇄는 늘 이곳에 묶여 있었다. 직사각형 작은 공간에서 일을 할 수도 딴짓을 할 수도 없이 되자 숨을 쉬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한계에 다다르자 결국은 선택의 순간이 왔다. 더 이상 자력으로는 이곳에서 재개할 수 없다. 인정하자. 악순환을 끊어내자. 나를 찾자. 열정적으로 살자. 나를 돌보자.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