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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Apr 07. 2021

독립출판, 출시 후 한 달 간의 이야기

  작년, 색종이 크기의 그림책 [쥐··· 좋아하세요?]을 만들며 얻은 자신감으로 올해 그림 에세이를 책으로 만들었다. 브런치 북 공모전에 제출하기 위해 쓴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는 그림을 그리며 느꼈던 것들 경험들, 확장된 생각들을 담은 이야기다. 내 하잘것없는 이야기를 누가 읽어줄지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됐을 때, 다 만들어놓은 책을 묵혀두며 발간하지 않았다. 인디자인 편집도 익숙해진 터라 어렵지 않게 레이아웃을 잡았다. 그럼에도 선뜻 책으로 만드는 게 내키지 않았다. 무의식 속에 숨은 내가 발목을 잡고 놓아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한 달 반이 지나고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일을 하던 몇 개월의 공백이 생기면 감도 떨어지고 일하는 프로세스도 잊는다. 올해 최소 두 권 이상의 책을 계획했다. 회사처럼 누군가 계획을 세워주지 않는 프리랜서, 자영업자의 삶. 어느 누구도 내 뒤를 봐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매 순간 느끼며 스스로를 다시 채찍질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는 일사천리였다. 이미 해본 일이고 한 번이라도 해 본일은 더 잘할 수 있다. 그렇게 책을 찍어내고 유통하기 시작했다.



출간 한 달, 독립 출판 플랫폼에서 종합 Best / 문학 Best, 가장 많이 팔리는 책에 등록되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것 같다. 내 경우도 나 스스로에게 가장 가혹한 편이다. 무얼 해도 늘 부족한 것 같은 느낌, 더 잘할 수 있는데 노력을 덜한 것 같은 자책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하물며 나의 창작품이 세상 밖에 내놓아진다는 것은 서슬 퍼런 세상의 시선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자, 어떠한 평가 위에도 놓일 수 있다는 의미였다. 두렵고 떨렸다. 이게 가장 솔직한 감정이었다.


  책이 입고된 이후, 조마조마하는 심정으로 며칠을 보냈다. 수많은 책들이 발간되자마자 묻히고 잊힌다. 내 책도 분명 그럴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을 보내고 플랫폼에 접속하니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많이 나가는 책에 조금씩 상위 링크가 되더니 이내 첫 번째 순위까지 올라왔다. 그 뒤로는 종합 Best, 문학 Best가 되었다. 뛸 듯이 기쁜 순간이었다. 내가 유일하게 책을 유통한 곳에서 베스트를 해본 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무언가 큰 보상이 따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순위에 집착하지 말자고 되뇌웠는데 역시 인간은 참으로 간사하다.


   뒤로 재입고 요청 메일도 받았다. 책이  품절된다는 내용이었다. 벌써 품절되다니, 정말로 감사한 일이 일어났다.  책을 믿고 구매해주신 서점지기님들과 일반 구매자분들께   모아 감사의 마음을 전해 본다. 그리고  모든 것을 주춤하지 않고 해낸 스스로에게도 칭찬의 말을 건네본다. 그리고 앞으로는 조금  머뭇거리자고 다짐해본다. 결과는 나오지 않고서는   없는 법이지 않는가. '하지 않고 포기한다.' 것은 '새로운 세계를 만나보지도 못하고 포기하는 것과 같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짧은 기간 동안 많은 배움을   출판은 오늘의 내게 가장  선물이자 지지대가 되었다. 이제  지지대를 발판 삼아 새로운 일을 도모하는 것만 남았다. 바로 실행하자고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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