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풍요 Jan 30. 2023

풍요하리와 스케치북 한 권 완성하기

안녕하세요. 풍요하리 공방에서 글을 담당하고 있는 풍요입니다.


제가 그림을 그린 지 언 4년 차가 되었습니다. 아직 3년을 꽉 채우지는 못했으나 이 기간 동안은 그림에 죽고 그림에 살았던 시간이에요. 그 시기가 코로나 팬데믹 기간과도 정확하게 겹쳐서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기도 했지만, 두 자매가 함께하며 힘든 시간들을 이겨냈어요.



우울할 때는 그림을 그려요. 수채화, 연필 어떤 걸로든요.


그림에는 아주아주 큰 힘이 있어요.

저는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시기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깊은 동굴 안을 헤매고 있을 때 유일하게 반짝이는 존재가 바로 그림 그리는 일이었답니다. 퇴사 후 언니와 풍요하리 공방을 함께 운영하면서 매일 그림을 그렸어요. 어떤 목표가 있기보다는 그림을 잘 그리고 싶었고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기도 했어요.


매일 그림을 그려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고 또 조금씩 나아지는 그림 실력을 보며 자신감을 얻기도 했어요. 물론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는 날에는 다 던져버리고 엉엉 울고 싶기도 했지요. 그러한 시간들을 보내면서 저는 스스로를 치유했던 것 같아요. 그림 테라피를 자신에게 직접 행했던 거죠.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던 시간을 지나서 이젠 더 자유롭게 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강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새해의 기쁨도 잠시. 다시 우울한 기간이 찾아왔어요.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고 스스로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이 아주 작디작은 존재같이 느껴졌을 때, 그때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는 다시 그림을 그리고 있었어요. 배부르고 등 따실 때는 오히려 그림을 그리지 않았는데, 다시금 힘드니까 손에 붓을 쥐고 있었다니 그림을 그리면서도 이런 아이러니함에 헛웃음을 지었답니다.



그러고 나서 자신과의 약속을 하나 만들었어요.

28장의 스케치북 하나를 온전히 집중해서 채워보기.

내 일상과 감정과 시선을 녹인 그림을 그리기.

그게 힘든 날엔 내가 좋아하는 작품에 나의 캐릭터들을 녹여보기.

그것조차 힘들면 색상환표라도 그리자!



그렇게 시작한 ‘스케치북 한 권 완성하기’ 프로젝트가 오늘까지 총 12장의 그림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기존에 그린 12장의 그림과 앞으로 그릴 16장의 그림 이야기를 써내려가보려고 해요.

지금 쓰려는 이야기는 단순히 그림을 어떻게 그리느냐의 테크닉과는 거리가 조금 있답니다.

그림을 그리면서 치유했던 순간들, 그리고 딛고 일어선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스케치북을 모두 채우면

제 자신에게 작은 보상과 함께 풍요하리 공방에서 저와 함께 그림을 그릴 분들을 모집해 보려고 합니다.

마음이 맞는 분들을 만나길 바라며 

뿌듯함이 가득한 한 권의 스케치북 여행을 떠나보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 일에 대한 가치를 찾으려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