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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풍요 Mar 08. 2023

풍요하리의 바느질 도감 - 40

여름 하늘의 조각들을 담은 블루 프레임백

  똑딱이 프레임만 보면 뚜껑을 열고 싶다. 엄지와 검지에 잡히는 두 개의 구슬을 잡아 비틀면 비밀의 공간이 펼쳐지듯 공간이 열린다. 괜스레 가방 안 쪽을 살펴보고 다시 똑딱 소리가 나게 프레임을 닫는다. 이 과정이 재미있어서 무한 반복한다. ‘똑딱이 프레임 가방’은 괜히 멋스럽게 느껴진다. 이 가방을 멜 때는 왠지 옷차림이 신경 쓰인다. 적어도 티셔츠보다는 블라우스를 입게 된다는 말이다. 이 프레임 백을 어깨에 멨을 때 잘 어우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남색 블라우스를 챙겨 입었다. 약속을 잡아서 어디로든 나가고 싶게 만들어주는 기분 좋은 가방이다.


  이 가방이 만들어지게 된 계기도 연유색의 프레임 덕분이다. 이전 바느질 도감에서 우리 자매들은 프레임에 대한 과한 애정을 드러냈었다. 부드럽고 유연한 소재의 원단과는 대조적인 딱딱한 질감과 가방의 모양을 잘 잡아주는 소재 덕분인지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프레임을 가방에 달아주면 완성도가 확 올라간 느낌이다. 같은 디자인의 가방이더라도 지퍼장식은 프레임보다 더 캐주얼한 느낌이 든다. 물론 사용성은 지퍼가 더 좋을 수 있으나, 가방은 실용성 외에도 멋스러움이 중요한 요소이다. 그래서인지 프레임의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가방에 달아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 같다.


  언니 하리는 프레임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아 이에 어울리는 패치워크를 하기 위해 하늘색 원단들을 꺼내 들었다. 처음 사용하는 색감인 만큼 다양한 원단들이 사용됐다. 언니가 패치워크를 하는 요령으로는 머릿속에 떠오른 색감의 원단들을 다양하게 꺼내온다. 그다음 큰 원단 상태로 대략적인 배치를 시작한 뒤 어느 정도 원단이 정해지면 크기에 맞게 잘라서 세부적인 배치를 하며 디자인을 구상한다. 최종적으로 패치워크를 확정하기 전에 어색한 부분이나 튀는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 후, 원단을 교체하거나 자리를 바꿔서 조화를 찾는다. 그다음에서야 바느질을 시작한다.


  이 가방의 경우, 언니 하리는 싱그러운 여름 하늘을 표현하고자 했다. 햇볕이 뜨거운 여름 하늘은 바닷속처럼 맑으면서도 깊이감이 있다. 온도는 높을지라도 하늘을 보면 청량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또, 녹음이 무성해지기도 하는 계절이라 식물들도 파릇파릇하게 생장한다. 그 모습을 가방 속에 담기 위해 노력했다. 가방 앞면을 자세히 보면 동물과 식물들의 모티브가 사용됐고, 자그마한 꿀벌이 하늘을 날고 있기도 하다. 물론 꿀벌은 단추를 사용했다. 언니 하리는 이 가방이 만들어지는 시점이었던 초여름의 풍경을 한 폭의 패치워크로 담아낸 것이다.


  이 가방이 완성되고 나서 가장 맨 처음 매본 사람은 바로 나다. 그 영광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 남색 도트 블라우스와 시원한 색의 연청바지를 입었다. 가방만 달리 들었을 뿐인데 기분이 초여름처럼 상쾌해진다. 이때는 외부 인터뷰가 약속된 날이었는데 이 가방을 메고 간 덕분에 자신감 있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다. 언니 하리가 만들어준 가방에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 매일의 영감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소품으로 완성되고, 우리 일상의 작은 풍요를 가져다주는 것 같다.


  어서 봄이 지나고 초여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늘을 조각처럼 연결한 이 가방을 메고 어디로든 자유롭게 유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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