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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챙겨주는 공방 언니 - 1

고양이들이 인정하는 맛집으로 초대합니다.

by 풍요

어느 햇살 좋은 겨울날. 언니와 공방으로 내려가던 길, 문득 낯선 움직임이 포착됐다.

날렵한 자태, 윤기 나는 털에 자연스럽게 시선이 머물렀다.


그는 아주 새까만 고양이였다.

3m... 2m.... 천천히 다가가도 고양이가 움직이질 않는다. 사람이랑 친숙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잠시 동안 조용히 햇빛 샤워를 한다. 가만히 쳐다보니 까만 은하수에 노란빛 별 두 개가 반짝인다. 이미 나는 그의 매력에 퐁당 빠져들었다.



그리고 그 고양이가 다시 보고 싶어 졌다.

이튿날 고양이들의 성지, ‘공방 옆 교회 주차장’에 가 보았다. 물론 옆구리에 준비해둔 고양이 사료를 한가득 안고.


기대감에 부풀어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뎠다.

그 날 유독 햇살이 따사 로워서였을까. 우리 동네 고양이들이 모임을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이 아이들은 쌍둥이처럼 닮았다. 두 녀석이 꼭 붙어서 서로 장난친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은, 이 고양이들이 내가 주는 밥을 먹기 전에 위에서 소개했던 까만 고양이의 눈치를 봤다는 것이다. 마치 두목에게 이 인간의 밥을 먹어도 되는 건지 물어보는 것처럼. 나는 이미 까만 고양이에게 밥을 준 상태였고, 그 까만 고양이에게 허락을 맡은 뒤 두 녀석에게 밥을 먹일 수 있었다. (고맙게도 왼쪽에 있는 녀석이 냥냥 펀치를 휘둘러줬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두 녀석도 나타났다. 오른쪽에 있는 고양이의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담벼락 위에서 야옹거리고 있기 때문에 별다른 조치를 할 수는 없었다. 저 고양이는 훗날 공방 앞에 와서 밥을 얻어먹고 갔다. 물론 왼쪽 고양이도 맛있게 먹었다. 이때 이후로 처음 보는 건데 어떻게 우리 공방까지 찾아와서 밥을 먹는 걸까. 고양이들 사이에서 우리 집 사료 맛이 소문이라도 난 것일까? 하는 망상도 해보게 된다.




까망이가 밥 먹고 식곤증이 온 것 같다. 사람이 있건 말건 담벼락에 기대어 잠을 청한다. 자세와 표정이 기가 막히다. 발바닥은 회색이군. 눈을 감으니 이목구비가 쉽사리 구분되지 않는다. 이것이 까만 고양이의 매력인 것 같다. 윤기 나는 털이 참 매끈했다. 이 고양이도 훗날 우리 공방에 찾아오는데, 공방을 순찰하듯이 두리번거리며 쳐다보고 갔다. 무리의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 까망이가 왠지 우리 집을 소문낸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일들이 있고 나서 고양이들이 매일 기웃거린다. 읽어주시는 분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2탄도 올려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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