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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잘 챙겨주는 공방 언니 - 2

오늘 눈 오는데 밥 먹으러 왜 안 오니

by 풍요


고양이 집회(공방 옆 교회 주차장)에 몇 회 참여한 이후로 우리 동네 고양이들이 낯에 익기 시작했다. 1편에 소개했던 새까만 고양이, 치즈 세 마리, 턱시도 두 마리, 삼색 얼룩이 총 7마리나 된다. 평소 고양이 밥을 챙겨주지 않던 때에는 이렇게 고양이를 자세히 관찰한 적이 없다. 심지어 쟤는 귀엽네, 쟤는 꾀죄죄하네 외모 평가를 했던 때를 생각하면 스스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밥 먹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렇게 하나하나 예쁜 아이들을 이제껏 나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던 걸까.



오전부터 첫 번째 손님이 찾아왔다. 나한테 처음으로 냥냥 펀치를 해주었던 녀석. 몸집으로 보나 외모로 보나 아직 애기 티를 못 벗은 것 같다. 조용히 와서 냠냠 맛있게 먹는 고양이를 넋 놓고 바라본다. 날씨가 추운데도 열심히 먹는다. 공방으로 들어와서 따뜻하게 있다가 가면 정말 좋을 텐데. 길에서 생존하는 녀석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한 것 같다.




고양이를 키워본 경험도 없고, 고양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잘 모르지만 한 가지는 알겠다. 고양이는 배고프다. 삼시 세끼 꼬박 잘 챙겨 먹는 나와는 다르게 이들은 밥이 귀하다. 밥 먹는 와중에 낯선 사람이라도 지나가면 밥을 먹다 말고 긴장부터 한다. 저러다 체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된다.

첫 번째 손님은 밥을 다 먹지 않고 떠났다. 자기랑 쏙 빼닮은 형제는 어디로 간 걸까? 요 며칠 안 보인다.



두 번째 손님은 삼색이 고양이다. 7마리 중에 유일한 삼색이! 얼룩이 아주 멋지다. 이 녀석은 경계가 엄청 심하다. 처음 만나서 밥줄 때는 그릇을 놓고 뒤로 멀찍이 도망갔었다. 그제야 허겁지겁 먹었다. 사실 이 친구는 몸집이 좀 큰데, 겁이 많아 시야가 탁 트인 곳에서는 밥을 안 먹는다. 사진과 같이 몸이 꽉 끼는 곳에서 불편하게 밥 먹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먹다가 불편할까 봐 팔을 최대한으로 뻗어서 밥그릇을 밀어 넣어 주었다. 얼룩이는 밥을 한 가득 줘도 늘 깨끗이 비운다. 수줍음은 많지만 밥 주는 사람의 마음은 읽을 줄 아는 건가. 고맙고 대견하다.


그리고 오늘. 눈 발이 제법 세지고 있는데, 고양이들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다들 어디 간 건지 걱정도 되고 갑자기 내리는 눈은 잘 피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공방의 특성상 자질구레한 것들이 많아서 누구 하나 맘 편히 들일 수는 없지만, 밥이라도 잘 먹고 가줬으면 좋겠다.


요즘 고양이 밥 주는 맛에 살고 있는 나와, 잘 먹으러 와주는 고양이들.

나는 고양이들 사이에서 ‘밥 잘 챙겨주는 공방 언니’로 불리고 있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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