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대처하는 창업가의 자세
퇴사하고, 언니가 운영하는 공방을 함께 운영하기로 마음먹은 지 한 달.
우려했던 대로 탈이 났다. 말 못 할 고통이 찾아오고 조금 쉬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우리 자매 성격상 그냥 쉬지는 못했다. 무언가를 해야 하는 성격 탓에 몸과 마음이 달아 올랐다. 그것도 잠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며칠간 공방에 나가지 않았다. 따뜻한 아랫목을 둥지 삼아 복잡하게 얽힌 일의 실타래를 풀고 무엇을 하면 좋을지 리프레시 기간을 가졌다. 글을 작성하는 지금은 월세도 냈고 공방에 앉아 저녁 어스름을 지켜보고 있다. 가만히 앉아 잠시 응시하는 문 밖의 풍경과 대조적으로 공방은 밝고 무언가를 부지런히 하게 만든다.
본격적으로 모객을 하고 온라인 세일즈를 하지 않는 시점에서 공방을 나가지 않는 날은 굉장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 같고, 손해 보는 기분이 든다. 당장 공방에 나가도 무언가 돈을 버는 행위를 하는 것도 아닌데 마음이 불편하다. 그런 날은 집에서 쉬기로 마음먹었어도 좌불안석이다. 몸이 좋지 않은 날도 마찬가지다. 공방에 나가지 않는 이상 하루 월세는 이미 지불되고 있다.
회사를 다닐 때, 가끔 연차나 반차를 내고 공방에서 시간을 보낸 적이 있다. 그때의 따사로운 햇살과 부지런히 움직이는 손, 생산적인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하지만 역시 사람은 겪어봐야 아는 건지, 그때 공방과 지금 공방의 온도차가 크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가 찾아오는 순간이다. 단순히 회사를 떠나 나만의 일을 찾는 행위는 시작부터 많이 흔들린다. 다들 바로바로 월세 계약을 맺고 공방을 열고 사업자등록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하나하나 내 손으로 검색하고 뭐가 맞는 지 틀린 지 검증해야 하는 시간은 꽤나 오래 걸린다.
당장 수익구조를 내고 있지 않은 이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사실 그냥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 불안함을 느낀다. 이전의 글에서도 불안을 언급한 적이 있는데, 그 불안을 거둬내고 오늘 하루 무언가를 해나가는 것밖에 별도리가 없다. 차가운 바람이 쌩쌩 부는 바깥세상에서 오늘 하루 무사히 보내기 위해서는 지금 주어진 내 일을 하는 수밖에. 내일도 중심을 잃지 않도록 오늘의 나를 다독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