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작가나 화가가 꿈이라 말할 만큼의 실력이 뒷받침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고 앞으로 그렇게 된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싶다.
어떤 특정 직업을 지칭하며 그것이 꿈이라고 말하던 때가 과거에 찍힌 색 바랜 잉크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다만 어떤 것을 꾸준히, 매일 하고 싶다는 갈망이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신호가 약했다. 지적 호기심의 일부분으로 여겨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기도 했다. 어느 정도 책을 읽으면 간헐적으로 느껴지던 갈증이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후 심할 정도의 독서 갈증이 일어났다. 맹목적이고 우울함을 일으키는 어떤 욕구불만이 사회적 활동 영역까지 침범하기에 이르렀다. 무언가를 하지 못해 우울해지고 스스로 우물 속으로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듬해 책의 영역은 그림책으로 확장되었다. 나는 성인 글책뿐만이 아니라 그림책에도 관심이 많았다. 판에 박히지 않은 그림과 스토리가 새로운 시야를 트여주었다. 그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내 그림이 아닌 타인의 그림을 따라 그리는 행위로.
그리고 그림책 제작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림과 책에 대한 나의 애정은 더 증폭되었다. 온전히 내 그림 그리는 일에만 몰두하고 싶은 충동이 강하게 일어났다. 현실적인 이유로 밤 시간과 주말을 할애했다. 그 순간들은 후회 없이 좋았지만 몸은 지쳐갔다. 뭔가 변화가 필요했던 시점이 된 것이다.
나도 안다. 지금 하는 그림 그리기와 글 쓰기가 부와 명예, 사회적 지위와는 직결될 수 없다는 것. 명예롭지 않을 수 있다는 것도. 하지만 지금 아니면 이 갈증을 앞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타인의 인정은 중요하지만 내적 동기로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새롭기만 하다.
그러니 그저 글을 쓰고 그릴 수밖엔 없다. 어제, 오늘, 내일이 그렇듯 그저 나아가야 한다. 미래 어느 시점에서 지금을 돌아봤을 때 색 바랜 잉크가 아닌 총 천연색 한 폭의 그림이 되기 위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