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사색 - 1

일요일 정오 전

by 풍요


자기 전 문득 ‘나는 왜 퇴사를 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답은 내 일에 흥미를 잃어서, 미래를 그릴 수 없어서,

하루를 그저 버티기 때문이어서였다.


직장인일 때 내 직을 우습게 봤다거나, 단순히 적성이 맞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타인이 던지는 돌, 시선은 부차적인 요소였을 뿐 진짜는 내 속에 있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며 자연스레 접했던 다양한 책들, 사람들, 그림들이 나를 두드렸던 것 같다.

안정적 테두리에 만족하느냐고 스스로 질문했던 수많은 날들. 그 일들이 지금 나의 토대가 되고 기반이 되었고 실제로 의미 있는 것들도 참 많았다.

하지만 나는 테두리 밖을 나가 보고 싶었다. 허우적대고 방황하며 풍덩 그 속으로 빠져보고 싶었다. 시기는 중요치 않았다. 갈증과 허기가 가득해졌고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며 갈라지가 시작했을 때, 나는 아팠다.

이윽고 그것을 탐험하기 위해 닻을 올리고 돛을 세웠다. 나는 막다른 절벽 위에 한 없이 흔들리던 이방인에서 알 수 없지만 깊고 파란 바닷속으로 빠져버린 자유인이 되고자 했다. 선택의 결과는 쓰고도 달지만, 나는 살아 있다. 결말의 단애에 서서 바라보는 내가 아닌, 넓게 펼쳐진 지평선의 지점에서 나는 천천히 길을 걷고 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오늘도 나답게 살기 위해 그림을 그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