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정오 전
자기 전 문득 ‘나는 왜 퇴사를 했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답은 내 일에 흥미를 잃어서, 미래를 그릴 수 없어서,
하루를 그저 버티기 때문이어서였다.
직장인일 때 내 직을 우습게 봤다거나, 단순히 적성이 맞지 않았다는 것은 아니었다. 타인이 던지는 돌, 시선은 부차적인 요소였을 뿐 진짜는 내 속에 있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며 자연스레 접했던 다양한 책들, 사람들, 그림들이 나를 두드렸던 것 같다.
안정적 테두리에 만족하느냐고 스스로 질문했던 수많은 날들. 그 일들이 지금 나의 토대가 되고 기반이 되었고 실제로 의미 있는 것들도 참 많았다.
하지만 나는 테두리 밖을 나가 보고 싶었다. 허우적대고 방황하며 풍덩 그 속으로 빠져보고 싶었다. 시기는 중요치 않았다. 갈증과 허기가 가득해졌고 일상에 균열이 일어나며 갈라지가 시작했을 때, 나는 아팠다.
이윽고 그것을 탐험하기 위해 닻을 올리고 돛을 세웠다. 나는 막다른 절벽 위에 한 없이 흔들리던 이방인에서 알 수 없지만 깊고 파란 바닷속으로 빠져버린 자유인이 되고자 했다. 선택의 결과는 쓰고도 달지만, 나는 살아 있다. 결말의 단애에 서서 바라보는 내가 아닌, 넓게 펼쳐진 지평선의 한 지점에서 나는 천천히 길을 걷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