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진짜 목적을 찾기 위한 여정
요즘 아주 피곤하다.
혹자는 피둥피둥 놀고 있으면서 뭐가 피곤하냐고 하겠지만, 실상은 아주 바쁘다. 회사 다닐 때보다 훨씬 바쁜 게 신기할 지경이다. 그렇다고 돈을 벌고 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니다. 그저 스스로에게 동기 부여되는 생산적인 일을 하고 있다. 마음이 안 좋을 때는 잠도 잘 안 오지만, 요즘은 눈이 감기고 피곤해서 잠을 청한다. 한편에 자리 잡은 미래의 불확성이 마음을 흔들지만 요즘 대체로 편하다.
오늘은 조금 색다른 활동에 대한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공방 운영, 길 고양이, 그림 주제를 제외한 이야기. 바로 ‘글’이다.
나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책은 가장 소중한 나침반이다. 요즘에는 강의를 듣고 스스로 책을 읽으며 공부한다. 다양한 분야의 개론서들을 도서관에서 어렵지 않게 빌려 볼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다양한 세계를 탐방하기도 하고, 지식을 습득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글과 문장에 대한 열망이 가득하다. 아직 이렇다 할 무언가를 보여준 적은 없지만, 뭐 어떤가. 우선 마라톤도 천천히 걷는 것부터 시작하듯이 나도 산책하듯이 시작해보는 거지.
지역 센터에서 운영하는 동화작가 기초 강의를 신청했다. 감사한 인연 중 한 분이 추천해주시기도 했고, 그림책을 다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었다. 캐릭터도 스토리도 있는데 도저히 구체적인 무언가가 나오질 않았다. 우선 그림책 작업은 접어 두었지만, 이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고 싶다. 스토리 텔링을 통해 나의 캐릭터와 배경이 구체화되고 역동하기 시작하면 더욱 열심히 갈고닦은 그림 실력으로 멋진 그림책을 만드리라.
첫 시간에는 자유롭게 제시된 단어 세 가지로 20분 동안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 강의 자체도 굉장히 흥미로웠지만, 즉석에서 글을 쓰는 것 자체가 기분 좋은 긴장감으로 다가왔다. 좋은 글이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대다수의 글을 즉석으로 써왔다. 잘 쓰려고 하기보단 그저 써보는 거다. 그렇게 쓴 글을 아래에 개제해 놓았다.
강사님이 강조하셨다. ‘초고는 걸레다!’ 좀 더 예쁜 걸레이고 싶지만, 나는 초보다. 인정하고 노력하면 된다. 이 글을 읽고 누군가, ‘이 정도는 나도 쓸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하면, 너무 좋다. 당신도 글을 쓸 수 있다. 잠재된 베스트셀러 작가인지도 모른다. 나도 쓰는데 누구든 못 쓸까. 글쓰기 적극 추천한다. 부디 글도 그림처럼 점진적인 성장을 보이길 바라며 오늘도 글을 적는다.
1주 차 과제 [키워드: 시장, 장독대, 병아리]
내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할매 손잡고 오솔길을 따라 쫄랑쫄랑 걸어 시장에 갔다. 도착하니 생선 가게 앞 빨간 대야에 미꾸라지들이 보였다. 나는 작은 발을 대야에 톡 대었다. 그러자 그것들이 금세 활기를 되찾으며 팔딱 움직였다. 그때 어디선가 가냘프고 앙증맞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삐약, 삐약.”
작고 여린 병아리였다.
"할매, 나 저 병아리 사주면 안 돼?”
할매는 나를 쳐다보며 말씀하셨다.
“고것은 시방 금방 죽는 당게. 싸게 집으로나 가자고.”
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할매의 손에 이끌려 집으로 왔다.
그날 저녁 고 녀석의 작고 까만 눈망울이 떠올라 할매에게 투정을 부리다 울며 잠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이불을 폭 뒤집어쓴 채 일어나기 싫어 게으름을 피우고 있을 때였다. 어디선가 익숙한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아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할매네 집 마당에 비친 아침 햇살이 장독대 밑 깊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햇볕을 받은 노란 병아리가 폴짝폴짝 뛰놀고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 광경을 잊지 못한다. 할머니 댁 마당에 드리우던 따사로운 햇빛, 생동하는 봄의 향, 여리고 작은 병아리의 울음소리가 아직도 눈에 그려지듯이 선하다. 그리고 고소하고 단내 나는 밥 냄새가 날 때면 그날의 할매가, 그리고 집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