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이라는 단어의 조금 다른 정의
비가 너무너무 많이 온다. 기억하는 내 생애 속 가장 많은 비가 내리는 나날이었다. 그러던 오늘, 비가 그쳤다. 소나기 예보는 있지만, 비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만으로도 무언가 해도 될 것 같다. 맞은 빗방울을 툭툭 털어 내고 한 발자국 내뎌보기 위한 오늘의 글쓰기. 오랜만에 쓰는 공방 이야기이다.
그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글을 안 쓴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것저것 준비하고 실행하느라 바빠서 글을 쓰지 못했다. 글을 쓰지 않아도 어디엔가 열정을 담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돌아와서 끄적거리지만 지나간 시간들이 값지고 소중하다.
잠시 글을 쓰지 않는 기간 동안은 방향성을 점검하는 시간이었다. 공방 운영, 바느질, 그림 그리기, 글쓰기, 홍보 등 다 갈래로 뻗어 있던 길을 가지 치고 다듬었다. 공방 운영에는 바느질과 그림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추출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 책 만들기와 같은 일들은 장기적 프로젝트로 두었다. 시간 날 때 틈틈이 점검한 뒤 자료 조사하고 이야기를 만든다. 조금 더디지만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단기간에 빠른 성과를 내는 것에 늘 의의를 두던 것들을 무겁게 눌러본다. 질질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내가 앞장서서 끌어당기는 느낌. 주도권을 찾고 스스로의 길을 닦아 가는 느낌에 기분이 좋다. 통상적인 '안정감'이라는 단어가 담고 있는 의미를 되새겨본다. 요즘 우리는 조금 '안정감'이 드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게 경제적인 것과 직결되지 않더라도, 마구잡이로 소용돌이치며 흔들리던 뿌리를 영양가 많은 토양에 조금씩 뻗어가는 느낌. 그 느낌이 좋아 믿고 따라간다. 이유 없는 우울감과 세상에 대한 허탈감, 존재에 대한 의구심, 삶에 대한 회의. 이런 근본적인 감정과 질문들을 조금 더 성숙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루를 채워간다.
풍요하지 않는 공방 이야기 [풍요하리 제작소]는 무탈하게 계속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