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언니와 공방을 운영하면서 비대면, 언텍트,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단어들의 무게를 뼈저리게 느낀 때가 있다.
하반기에 예정되어 있던 오프라인 강의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앞으로의 운영마저 묘연해졌을 때 느꼈던 허무함과 쓸쓸함이 아직도 잔상으로 남아 있다. 아무래도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공방에 나가지도, 손님을 초대하지도 못하는 우리는 트렌드를 빨리 읽지 못했다. 각설하고 진작에 비대면으로 무언가를 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우리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준 고마운 사람들이 있다. 조금 좌절하기 시작했던 때 예전부터 알고 있었던 분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처음 사업은 모두 지인 장사라고 하더니만 이 고마운 지인들이 우리에게 몇 가지 제안을 해주었다. 가장 먼저, 나에게 늘 힘이 되어주는 분의 의뢰로 설명서를 직접 만들어 diy 키트를 납품했다. 설명서를 만들다 보니 적성을 발견한 기분이었다. 작은 책을 만드는 것 같기도 하고 이 사진과 글을 보고 아이들이 따라 만든다고 생각하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들과의 일은 역시 활력과 즐거움을 동반한다.
기회는 또 다른 기회와 함께 찾아왔다. 내가 잘한 것도 없는데 손을 내밀어준 분들이 있던 것이다. ‘생각보다 인생을 잘 살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마음이 따뜻해졌다. 특히 촬영이라는 분야는 처음 하는 도전이었고, 어려웠으며, 재미도 있었기 때문에 별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
촬영은 총 6회였다. 내 경우에는 발표가 체질이기도 했고 다수에 청중 앞에서 발표해본 경험이 있다. 이 말은 즉 자신만만했다는 뜻이다. 자만하면 실수가 많은 법이라 했던가. 이내 카메라 앞에서 잦은 실수를 했다. 자신만만하게 했으나 곧 말이 뒤죽박죽 되었다. 연습을 더 많이 할 걸 후회했다.
그리고 진행된 언니 하리의 촬영. 처음에는 긴장했는데 몇 번 다시 찍더니 정말 잘한다. 그 뒤로 1시간 동안 만들기 영상을 찍었다. 역시 연륜(?)과 경험은 무시하지 못한다. (연륜이라고 쓰면 언니가 늙어 보인다고 분명 한 소리하겠지만 여긴 자유의 공간이니까 그냥 쓰련다.) 담당 선생님의 응원과 방송 경험이 많으신 PD님 덕분에 순조롭게 촬영을 끝마쳤다.
이 촬영이 내게 더 큰 의미를 준 것은 나의 첫 그림책 낭독 기회였기 때문이다. 소심한 성격 탓에 만든 그림책을 독립출판, 실제 출판으로 연결하지 못하고 책장에 꽂아만 두었었다. 이 사실을 알던 담당 선생님은 내게 이런 큰 기회를 주었다. 평생 기억에 남을 만한 보람찬 큰 기쁨을 주었고, 앞으로 그림을 더 열심히 그려야겠다는 용기를 얻었다.
한 치 앞 길이 보이지 않는 자영업자라는 삶이 늘 버겁고 무겁게 어깨를 짓누르기만 했는데, 새롭게 찾아오고 또 만들어가는 빛들이 있어서 오늘을 밝힐 수 있게 됐다. 글을 쓰는 이 순간도 마찬가지다. 각 맞춘 계획서에 획일화된 문장, 문구만 쓰던 내게 내 생각과 경험을 자유롭게 전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그리고 내가 원한다면 이 일을 지속할 수 있다. 사실 이것만으로도 지금 나는 고맙다. 내 삶이 고맙고 늘 도와주고 용기를 주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언니에게도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