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평생 해 온 일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다.
엄마가 평생 해 온 일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보다.
얼마 전 수업 재료를 사러 언니와 동대문에 갔다. 요즘 작품 제작에 매진하고 있는 언니를 보고 있노라면 잘하는 사람은 더 많은 노력을 하고, 그 동력을 발판 삼아 한 단계 더 발전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우리 엄마도 그런 분이다. 큰 부를 얻은 적은 없지만 자신의 분야에서는 늘 인정받는 그런 사람. A급 미싱사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일할 때면 허리 통증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눈이 반짝인다.
오늘은 이런 엄마의 일 ‘재봉사(미싱사)’에 대해 글을 쓰려한다.
엄마의 미싱 노루발
: 노루발은 재봉틀로 천을 박을 때 고정해주고 기능에 따라 다양한 봉재를 가능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부자재다. 실제로 노루의 발을 닮아서 노루발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작은 부품이지만 실로 효과는 굉장하다.
“엄마도 처음부터 잘했던 건 아냐.
돈 벌려고 한 거지.”
낡아서 부러진 뿔 노루발(사진 속 미싱 부자재)을 보자니 얼마나 열심히 제 몫의 일을 한 건지 눈에 선하다. 마치 30년 넘게 미싱사로 살아온 엄마를 보는 것 같아서 마음에 걸린다. 하지만 엄마는 정작 밝다. 공장에 가면 노루발이 훨씬 많다며 자랑까지 한다. 하긴 30년 세월 치고 노루발 개수가 좀 적다고 생각했다. 아끼느라 그런 줄 알았는데 역시 아니었다. 장비 빨은 절대 무시 못하니까.
얼핏 보면 다 같아 보이는 노루발이지만 쓰임새가 너무 다양해서 초보는 절대 용도를 알아볼 수 없다.
글쓴이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노루발을 봐왔지만 아직도 몇 가지밖에 구별할 줄 모른다. 다만 근래에 미싱을 다뤄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노루발은 용도에 맞춰 쓰면 엄청난 버프를 받는다. 동손도 금손처럼 천을 박을 수 있다.
이 노루발은 높이가 다르다. 지들끼리 사이좋게 기대앉은 것 같아 보이는데, 낱개로 봤을 때는 터미네이터 같더니 모아놓고 보니 귀엽(?)다. 용도는 모서리 부분을 박을 때 일정한 간격으로 예쁘게 박음질해준다. 오른쪽에 스프링이 있어서 눌렀다 떼면 재미있다.
외발 노루발이다. 원래 잘 못 세우는데 용케 세워서 사진을 찍었다. 전부 오른쪽 방향이고, 왼쪽 방향 노루발도 있다. 방향감각 없는 사람은 내가 뭘 써야 할지 엄청 고민하게 만들 요물이다. 이번에 동대문에서 구입할 때도 사장님과 우리 모두 헷갈려했다. 사진에 보이는 방향의 외발 노루발을 많이 쓴다는 후문.
이 작은 부자재가 뭐라고 이렇게 나란히 놓고 찍을 일인가 싶지만, 찍어놓고 보니 뭔가 있어 보인다. 바닥은 거실에 깔아 놓은 전기장판이고 사용한 카메라는 아이폰이다. 요즘 카메라 성능 좋다더니 2년 만에 우리 집 거실에서 실감하게 됐다.
사실 엄마의 미싱 노루발을 글감으로 들고 온 이유가 따로 있다. 30년간 엄마가 몸담고 인정받아온 일에 대해 나는 여태까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엄마는 늘 바빴지만 부재가 느껴지지 않게 자식을 키우셨다. 그래서 우리에게 엄마도 엄마의 일도 늘 멋지고 긍정적인 존재였다.
요즘 미싱을 배우면서 엄마가 재봉일을 하며 얼마나 힘들게 일해왔는지 실감한다. 집에서 늘 눈에 띄던 이 작은 노루발이 엄마에겐 삶이자 수단이자 역사였다. 엄마가 깃들어 있는 노루발이 기록되고 세상에 빛을 봤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엄마의 미싱 노루발은 여전히 현역이다. 그리고 아마 먼 훗날 우리가 물려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때 이 노루발을 보며 엄마가 살아온 세월과 삶을 소중히 대하던 정신을 두고두고 투영해볼 것이다.
[풍요 : Poongyo]
오늘도 나답게 살기 위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