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쟁이의 여정은 계속됩니다.
지난 10월 매일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며 총 26편의 에세이를 완성했다. 내 삶을 온전히 살아보자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들. 그 과정에서 겪었던 생각, 느낌, 경험을 글로 적어내려 갔다. 113페이지의 책이 완성돼 독립출판을 계획하고 있었다. 주변인의 추천에 출판사 1곳에 투고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한 것 같다. 이유야 충분히 알 것 같아서 크게 낙담하진 않고 오히려 현재를 둘러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짜임새 있는 구성과 매끄러운 문장, 공감대를 만들어갈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잠시 주춤하기도 하고 숨을 고르면서 현재를 둘러보았다. ‘1년 전에 비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까?’ 자연스럽게 질문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과거에 갇힌 글을 벗어나 현재를 살고 있는 이야기를 더 해보고 싶어 졌다. 뚜벅뚜벅 걸어가는 진짜 내 모습. 화려하거나 부자가 된 내가 아닐지라도 하루하루 성실히 살아가고 있는 내 이야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글쓰기가 한결 편해지는 기분이 든다. 평범한 하루 속에 무수히 다양한 내가 있고, 타인이 있다. 그 속에서 현재를 인지하고 지금을 면밀히 바라볼 수 있다면,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된 게 아닐까 싶다.
오늘도 작업실로 향하는 길, 1년째 마주치는 동네 고양이를 만났다. 언니와 나를 보고 말을 건다. 저 녀석도 우리를 오래 보니 얼굴을 익힌 것 같다. 기특하다. 1년이란 시간이 짧지만 길고 누군가와는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게 동네 고양이와 친해질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나? 예전이라면 감히 상상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작업실로 가는 무거운 발걸음에도 미소를 자아내는 순간을 마주하는 것. 내 일상이 소중해지는 순간들이 하나 둘 늘어간다.
글을 쓰면서 1년 동안의 웃고, 울었던 시간들이 떠오른다. 이 이야기들로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2]를 써 내려가야겠다. 조금 더 희망적이기를, 조금 더 뜻깊기를, 내일의 내 일에 빛이 깃들기를 바라며 타닥타닥 타자기를 두드린다.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