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페어를 계기로 책을 만들자.
지난 12월, 한 달 넘게 열심히 준비한 순천 아트북페어 ‘자란다’가 온라인으로 개최됐다. 언텍트로 진행되는 행사인 만큼 거의 모든 것들을 혼자 하거나 언니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작년까지만 해도 페어는 주로 오프라인으로 진행됐는데, 올해는 거의 온라인으로 진행되면서 신규 창작자인 나로서는 오히려 기회가 됐는지도 모르겠다. 모든 것이 온라인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각자 준비하여 사람들과 대면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조금 삭막하고 일의 진척이 한눈에 보이지 않아 답답하기도 했지만, 북페어 참여로 인해 많은 것들을 이뤄낼 수 있었다. 이번 글에서는 북페어를 위한 독립출판 준비에 관한 내용을 써보려고 한다.
때는 10월 말이었다. 브런치 공모전을 위해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를 매일매일 쓰고 있었다. 그림도 그리며 열심히 SNS를 하고 있는 와중에 한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바로 순천 아트북페어 ‘자란다’ 개최 공지였다. 본 그 순간 정신이 들면서 공지 내용을 자세히 보기 시작했다. 순천시의 지원을 받아 지역 책방 심다의 주관으로 온라인 북페어가 진행된다는 내용이었다. 모집 기간이 2주 정도 남아 있는 상황, 당시 책이 없었던 나는 갈등하기 시작했다. 지금 쓰고 있는 원고는 아직 미완성이고, 어떤 책으로 페어에 참여해야 될지 고민되기 시작했다. 미출간 된 개인 책 두 권이 있었지만, 예전에 만든 책들이라 성에 차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언니 방에서 그렸던 작은 그림책 스토리보드가 떠올랐다. 풍요하리 캐릭터들로 그렸던 그림책 이야기였는데, 언젠가 책으로 만들어야지 했던 참이었다.
부랴부랴 언니 방에 놓여 있던 정사각형 갱지 노트를 펼쳤다. 이미 스토리보드가 완성된 상태였다. 그때도 그림책을 만들어보자며 28페이지 구성으로 그려놨던 것이다! (과거의 나 칭찬해!) 하지만 스토리보드가 있다고 그림책이 될 리 만무했다. 그림체랑 콘셉트 등등 생각할 것이 많았다. 내게 남겨진 기한 2주, 브런치 공모전 기한도 2주. 하루를 알차게 살 수밖에 없었다. 시간대를 정해, 글을 쓰고 그림 그리는 시간을 나눠 하루를 살기 시작했다.
스토리보드 그림은 러프한 연필선이었다. 디지털 드로잉이 아닌 실제 미술 도구를 활용해서 그림을 그리려고 했으나 느낌이 살지 않았다. 고민만 며칠 하다가 아이패드로 그림책을 만들기 시작했다. 색은 진한 녹색과 흰색 두 가지만 사용했다. 심플하면서도 눈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선택한 색상이다.
전체적인 스토리보드를 다시 짜고 온종일 그림만 그렸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즐기는 자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일주일 만에 책을 완성하고 샘플 책을 주문했다. 평상시면 어렵다고 포기했을 것 같은 북페어 신청, 출판사 등록, 납본을 그 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신청 후 브런치 북 공모전도 참여했다. 결과에 대한 성공과 실패와는 상관없는 뿌듯한 일상이었다. 내가 만든 작업물을 타인에게 보이는 과정 속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기분이 들었다. 다음 글에서는 북페어 신청 다음 과정이자 출판사 신고와 관련된 내용을 글로 써보려고 한다. 미리 조금만 이야기해보자면, 역시 쉬운 일은 없다. 그리고 해보지 않으면 변화 또한 겪지 못한다. 이 마음을 잘 간직하며 지금도 알차게 하루를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