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서 샘플 책 주문을 완료한
초보 작가,
아직 할 일이 산더미인데...
샘플 책을 주문하고 이틀 뒤, 책이 배송됐다. 당시 초인적인 힘이 생겼는지 첫 에세이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도 인디자인에 입혀서 책으로 만들었다. 그림책 또한, 실물로 책을 받아보니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중철 제본에 15cm 사이즈밖에 되지 않는 작은 책이지만, 내 손으로 만든 첫 책이 영롱해 보였다. 고슴도치 예비작가가 된 건지도 모르겠다.
당시 내게는 목표가 있었다. 이왕이면 나와 언니의 작은 공방을 출판사로 등록해보자는 것이었다. 거의 무자본의 영세 출판사이겠지만 그림책, 에세이, 실용서 등 다양한 장르의 관한 책을 쓸 계획이 있었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나는 못할 거야. 안 될 거야.’하면서 시간만 죽치고 있었을 텐데, 당장 출판사 신고를 위한 작업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먼저 구청에 서류를 들고 갔다. 구청 도서관팀에서 출판사 신고를 담당하고 있었다. 사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사업자 대표 신분증과 임대차 계약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미리 전화를 걸어 담당자가 자리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침부터 구청으로 달려갔다. 조용한 사무실에 적막을 깨트리고 담당 직원을 찾아갔다. 누가 봐도 출판사 사장 같지 않은 포스의 언니와 나는 잠시 움츠러들었지만, 친절한 담당자의 안내에 따라 신청을 완료했다.
그 다음날 바로 문자 통보가 왔다. 출판사 등록이 완료되었고, 세무과에 가서 27,000원의 등록세를 납부하라고 했다. 기쁜 마음으로 달려가서 신고증을 수령하고 세금을 납부했다. 사실 신고증을 받으니 덜컥 겁이 나기 시작했다. 맨날 입으로만 떠들고 다니던 일을 직접 해냈고, 그에 따른 책임도 져야 한다는 사실이 와닿았기 때문이다. 어깨가 무거워지는 기분이랄까?
공방으로 다시 돌아와서 국세청에 로그인했다. 사업자용 공인인증서로 로그인한 후 업종 추가를 진행했다. 출판업을 추가하여 신청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민원처리가 완료됐다는 문자를 받았다. 이제 새로운 사업자등록증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출판사의 시작은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책을 등록해야 하는 일이 남은 것이다. 지금 써 내려간 내용만 해도 만만찮은 일인 것 같은데 책을 등록하는 과정은 이만큼의 공수가 더 들어간다.
여기 더 적고 싶지만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아서 줄여야 할 것 같다. 참고로 글쓴이는 주변에서 알아주는 소심한 사람이며 속된 말로 ‘쫄보’다. 그런 사람이 정보를 검색해서 출판사를 차리고 책을 등록해서 유통을 진행했다. (현재 유통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POD 출판이 아닌 방식으로 알라딘에 책을 납품했다.) 온 우주가 돕는 것처럼 책을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길이 보였다. 이제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책을 직접 만들고 팔았으면 좋겠다. 내 길이 올바른 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깜깜한 터널 속을 걷는 누군가에게는 작은 호롱불 정도는 되지 않을까 바라본다.
다음 글에서는 책을 국립중앙도서관에 등록하고 ISBN 유통 번호를 받는 과정에 대해 간략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사실 이 과정에서도 고군분투는 계속된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라고 또 써본다.)
2020년 마지막 날입니다. 오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정말 감사한 마음을 전달 드려요.
구독해주시는 분들 모두 2021년에는 행복한 기운 받으시고 기분 좋은 날들이 이어지길 기도하겠습니다.
[그림 위를 걷는 고양이처럼 산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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