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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Growth Diary

은퇴리허설

by Poorich

1. 아이가 태어난지 정확히 한달이 지났다. 그 말인 즉, 출산휴가가 포함된 육아휴직의 시간을 한달 보냈다는 이야기.




2. 회사를 이렇게 오래 떠나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낯설었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빠르게 회사일들의 to do 리스트가 머리속에서 사라졌다. 아웃룩과 팀즈 app을 삭제하니 회사일은 바로 그 순간 모두 정리 되었다. 놀라운 경험이다.




3. 휴직기간을 '은퇴리허설'이라고 스스로 규정하고 의미를 부여했다. 20년 뒤에 찾아올 은퇴를 미리 경험해 보는 것이다. 다만, 일정부분 돈이 들어오는 것(정부지원금)과 다시 회사로 돌아갈 날이 정해져 있다는 것만 다를 뿐이다. 휴직은 업을 떠나 미래의 은퇴 후의 모습을 미리 경험하는 놀라운 경험을 제공한다. 은퇴를 준비하는 가장 좋은 길은 은퇴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는 것이 아닐까?




4. 셋째 탄생 1달을 기념하며 그간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기록해 본다.



- 외출복을 입을 일이 거의 없다. 집 안에서 입을 츄리닝을 자꾸 구입하게 된다


- 서울 갈 일이 거의 없고, 누구를 만날 일도 없이 아이들과 있거나 집안일을 한다. 처음에는 편하다가 이제는 조금 쓸쓸 & 고독해 진다.


- 스타벅스 커피가 그리울 줄은 몰랐다. 많게는 하루 2~3잔 마시던 커피가 우리 동네에는 없다. 배달도 되지 않는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잃은 느낌이다.


- 자고 일어나는 시간을 마음껏 조절할 수 있다. 새벽 2시까지 잠이 안 올때가 요즘 많다. 별다른 걱정이 있어서는 아니다. 나이 먹은 탓이겠거니 한다. 그런데 별다른 염려가 되지 않는다. 다음날 기상 시간을 자유롭게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 아이들과 함께 포스트잇을 들고 워크샵을 진행했다. 조직개발을 하던 아빠의 직업병이 발동한 것. 남은 육아휴직 기간 동안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쭉 적어서 내고 voting까지 했다. 큰 건이 하나 나왔다. "제주도 한달살이...;;" 급 후회가 몰려왔다.


- 막상 집에 있을 때는 AI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업무 환경을 떠나서인듯 하다. 물론 아이와 세계사 공부를 할 때, 궁금한 점이나 헷갈리는게 있으면 구글 검색을 하지 않게 되었다. GPT 음성모드로 선생님께 질문하듯 물어보고, 초등학생도 알 수 있게 답해 달라고 요청할 뿐이다.




5. 누군가가 말했다. '결혼'은 회사에 입사하는 것과 같다고. 그리고 '출산'은 승진하는 것과 같다고 말이다.




6. 그럼 난 이제 '전무급'이다. 첫째 출산으로 팀장 승진, 둘째 출산으로 상무 승진 했으니 말이다. 내년이나 그 후에는 '부사장' 승진을 한번 노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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