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고전 독서모임을 열고
비록 지적 허영을 채우는 일에 머물지라도...
1. 버킷리스트에 있던 일을 하나 저질렀다. 바로 철학 고전 책에 도전하는 것!
2. 가벼운 글들이 도처에 난립한다. 짧고 얇은 글들이 뇌의 두께를 잘게 썰어내는 느낌이다. 때로 뇌에도 굳은 살을 배기게 해야 한다.
3. 그 굳은 살은 고전이, 그것도 철학 고전은 그 역할을 해 낸다.
4. 왜냐하면 한 페이지 넘기기가 버겁고, 한문장을 두세번 읽어도 이게 한글이 맞나 싶고, 이 글들 정말 제대로 번역된게 맞는지 묻게 되는 글이 곳곳에서 등장하기 때문이다.
5. 그래서 혼자는 도저히 못하겠다. 고전 초보들이, 철학 초보들이 모여 멋모르고 저질렀다. 철학 고전 독서모임이다.
6. 현대 경영학을 창시한 피터 드러커를 기독교로 귀의 시킨 책이라고 한다. 저자가 '니체'와 '사르트르' 등 실존철학을 탄생시킨 철학자라는 점에서 더욱 호기심이 일었다.
7. 복직하면 엄두도 나지 않을 일이다. 기회가 주어졌을 때, 깃발 꼽고 독서모임을 열었다. 키에르케고르의 "죽음에 이르는 병"이다.
8. 첫번째 모임을 위해 반강제 환경에 나를 가두고 책을 읽었다. 아니, 해독해 나갔다.
9. 각종 유튜브 강의를 뒤졌다. GPT에게 중학교 수준으로 설명해 달라고 요청했다.
10. 도저히 진도가 나가지 않아 포기하려는 순간, 드문드문 감질나게 깨닳음이 오기 시작한다. 고전의 맛이 이런 걸까?
11. 무엇보다 제목에서 호기심을 자극한다. "죽음에 이르는 병"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걸까? 그런 병이 있기는 한가?
12. 정답은 "절망"이었다. 죽음에 이르는 병은 바로 절망이다. 이 단어가 책 전체를 끌고 가고 있다.
13. 평소 입에 담기도 버거운 무거움이 있는 단어지만, 이번 기회에 깊이 침잠해 보려한다.
14. 절망의 무게가 클수록 그에 대한 해답 또한 강력하리라 믿으며.
15. 고전을 통해 뇌에 새겨질 굳은 살이 삶이 더욱 굳게 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