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시간의 딜레마

by 글치
늦게 퇴근하는 것이 능력인 세대
일찍 퇴근하는 것이 능력인 세대
그 사이의 나


뭐가 최선인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만 해도 늦게까지 사무실의 불을 켜는 것이 미덕이었다. 심지어 회장님의 늦은 순찰을 대비해서 조를 짜서 야근을 하며 사무실을 불을 켜 둔 적도 있다. 세월이 흘러 칼퇴가 복지이면서 회사의 분위기를 좌지 우지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윗분들은 좀처럼 일찍 집에 가지 않으신다. 아랫분들은 좀처럼 남아 있지 않는다. 나는 정확히 그 사이에 끼어 있다.


‘아니, 일이 있는데 그냥 퇴근했다고?’

라는 상사의 호통을 아직도 들을 때가 있다. 그런데 그냥 퇴근한 사람은 내가 아니고 우리 팀원이다. 물론 팀장이 나다.

‘아니, 일과 시간에 일만 한 것도 아니고 잡담하고 차 한잔 하고, 그러는 시간이 얼마인데 매일 칼퇴를 하나요?’

예전에 내가 듣던 소리를 또 듣는다. 이번엔 팀원 덕분에 듣는다. 그런데 신기한 건 상사들이 그들에게 직접 얘기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결국 나는 이래저래 비슷한 이야기를 계속 듣는 샘이다. 억울한 것 까지는 아닌데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모르겠다.

분명 2-30대 직원들 면접 볼 때 칼퇴 보장이라고 말씀들 하셨을 것이라. ‘사실은 칼퇴가 별로 안 좋아요’라고 이야기해주긴 좀 그렇고, 아니면 내가 남아서 잔업을 대신하면 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종종 있다.


과도기라는 말

과도기라는 말을 어려서부터 들어온 것 같다. 왜 나는 계속 과도기의 중앙에서 변화의 양극단을 지켜봐야 하는 것일까? 운전하다 보면 신호등 걸리기 시작하면 계속 걸리던데, 그런 효과인가? 계속 과도기에 걸리는 것 같다.

어쩌면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시점과 종말 되는 시점을 제외하면 항상 과도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퇴근 시간의 딜레마는 나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지금의 사회초년생도 언젠가 그들 다음 세대와 나 사이에 끼일 것이고, 그땐 어떤 고민들이 새로 생길지 모를 일이다. 확실한 건 그들도 과도기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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