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스템과 비전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다. 내용들도 중요했지만 인상 깊은 것은 자기소개를 하는 순간이었다.
서너 장의 슬라이드로 준비된 자기소개였다. 처음 대면하는 임원으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았던 것은 그 내용이었다.
익숙한 자기소개에서 우선적으로 본인이 얼마나 능력 있는지를 강조한다. 흔히 경력이나 포지션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이분들도 그런 내용으로 시작했다. 한 장 정도의 슬라이드에서 해온 일들의 이력이 드러날만한 소개가 있었다.
좀 다르다고 느낀 것은 그다음 부분이다. 가족사진이 등장한다. 그리고 자녀가 지금 몇 살이고 대학을 다니고 있다는 둥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다음 슬라이드로 가니 본인의 취미생활 사진이 나온다. 마치 인스타그램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사진 들이었다. 행글라이더를 탄다든지 정말 높은 산을 등반한다든지 하는 모습을 보여준 임원도 있고, 도시에서는 절대로 날리지 못할 것 같은 큰 크기의 무선조종 비행기를 취미로 갖고 있는 분도 있었다.
개인이 나타난 소개 덕분인지 임원에 대한 거리감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뭐 다 비슷하게 사는 거 같네’ 하는 생각도 들고, 한편으로는 전문적인 취미 생활을 즐기는 모습의 매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업무적 소개와 개인적 소개는 4:6 정도의 비율이었다.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나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치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나는 임원으로서 정말 바쁘지만 가정도 잘 지키고 이렇게 도전적인 취미도 즐길 줄 아는 사람입니다. 내 말을 들어볼 만하지 않을까요?’
혹은
‘나는 임원으로서 당신들의 가족과 당신의 취미 등 삶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가 내포되어 있을 거라는 나의 해석이다.
요즘엔 자소서를 위한 취미를 만들기도 하는 모양이다. 취미의 목적이 취업인 시대. 취업 후의 취미는 사치로 여겨질 거 같다. 애들도 좀 크고 하면 뭔가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쉽지 않다. 취미를 즐길 수 있는 의지와 노력은 인정받을만한 능력이다. 적어도 우리 사회의 분위기상 그렇다.
높은 분들이 당당히 자랑한 취미들이 꽤나 부러웠다. 그들 문화 속에서는 그냥 자연스러운 걸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이질감과 부러움을 느낀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그래도
나는 글쓰기라는
취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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