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이야기 아님
클론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것은 ‘스타워즈’를 통해서였다. 은하계에서 가장 유명한 전투의 고수 장고펫을 복사해서 복제인간을 만든다. 복제인간은 클론이라고 불렸고 그들의 부대는 클론부대라 불렸다.
유전적으로 클론 부대는 장고펫의 아들이라고 볼 수 있지만, 장고펫이 아들로 보는 사람은 성장촉진제를 맞지 않은 유일한 존재인 보바펫뿐이다.
스타워즈 리뷰를 쓰려는 건 아니다. 직장이야기를 하려는 데 클론이라는 단어가 필요했을 뿐이다.
그날도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내 자리가 그리 회의실에 가까운 것도 아닌데 그날따라 회의내용이 자꾸 귀에 들려왔다. 특히나 회의 중에 내 이름이 여러 번 들리고 있었다. 내용이 무척이나 궁금했다.
회의에 참석한 한 분에게(그나마 물어볼 수 있을만한 관계) 물어보았다. ‘내 이름이 많이 들리던데 무슨 일이냐? 좋은 거냐? 나쁜 거냐? 뭐 진지한 질문은 아니다.’ 그는 나에게 좋은 논의였다며 말했다.
We want to clone you
in other regions.
클론 한다고? 나를 클론 한다고? 당시 ‘만달로리안’을 열심히 보던 나는 당연히 장고펫과 클론부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내 직무를 나만큼 성과를 내며 하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을 간파했다. 전투력이 탑이었던 장고펫을 복제하고 싶었던 서양인들의 사고방식인가? 싶었다.
스타워즈에서 결론적으로 복제는 실패했다. 스펙은 비슷할지 몰라도 클론들은 그저 그런 스톰트루퍼가 되었고, 전투력은 꽝이었다. 특히 모자란 것은 정신적인 부분이었다.
장고펫은 선물로 아들을 받을 때 성장촉진제를 맞지 않게 해달라고 했다. 본인의 뒤를 이으려면 바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시간은 스펙이 만들어 줄 수 없는 정신력과 철학을 길러내도록 도와준다.
회의시간에 언급된 의도를 볼 때 클론은 쉽지 않을 것이고,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 난 대답했다.
It’s not easy.
농담 삼아 주고받은 말들이지만,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되었다. 다른 지역에도 나와 비슷한 인력이 필요하다면? 우선적으로 비슷한 스펙과 배경의 사람을 채용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요한 요소는 바로 시간이다. 시간에는 시행착오와 고민이 포함된다. 야근도 포함되고 허탕도 포함된다. 겪지 않고 알 수 없는 많은 것이 시간을 통해 주어진다. 언젠가 정말 클론 후보가 내정된다면 그는 성장촉진제를 맞지 않고 내 옆에서 배워야 할 거다. 회사가 그런 일을 원하진 않겠지만 말이다.
얼마 후 HR로부터 key employee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아무나 받는 건지, 기준이 뭔지, 어떻게 평가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있다.
사람 볼 줄 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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