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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Apr 01. 2023

놀랬냐? 나도 놀랬다.

우리 가족 연대기

역사를 배우기 시작한 딸

역사를 배우기 시작하다 보니 연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고대부터 흘러온 시간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 같다. 아마도 딸아이는 1900년대의 일들이 아주 아주 오래된 옛날로 생각되는 것 같았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괴롭힌 연대로서 본인은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흥미롭게 듣곤 한다.

그러다가 또 갑자기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질문을 한다.

아빠 혹시 1900년대에 태어난 거야?

‘어 아빠는 1900년대에 태어났어.’

딸아이는 굉장히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난 깜짝 놀랐어.
어떻게 1900년대에
태어난 사람이 있어?
2023.01.20


어떻게 있긴, 그냥 있는 거지.

갑자기 을지문덕 장군이 살아 있음을 발견한 것 같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표정이다. 그 순간 나는 ‘살아있는 화석’ 정도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


2000년대

2000이라는 숫자가 너무 생소하고 두려움의 대상까지도 되었던 1999년 세기말이 기억난다. 그렇게 한 세기를 보내고 새로운 세기를 살아가고 있다. 아직도 자동차는 날아다니지 않지만 어찌 됐든 21세기 역사의 일부가 흘렀다. 나도 2000년대에 사람이 태어날 것을 생각지 못하고 살았었다. 1900년대 아빠와 2000년대 아이들의 이야기들이 모여 역사가 된다. 잘 살아보려고 애쓰지만 결국 나중엔 거의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인생이다. 그래도 나의 모든 삶은 역사의 일부이기에 가치 있다. 기록될 가치가 있다.


오늘도 오늘을 기록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kidssay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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