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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때다

feat. 택시기사 어르신

by 글치

오랜만에 고객미팅에 늦을 상황이다.

답은 택시뿐이다. 앱을 이용해 택시를 부른다.

택시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말을 거신다.

‘여기는 앱으로 안 불러도 잘 잡혀요’

‘네 그렇군요’


이제 거의 목적지에 도착할 시간이다. 또 말을 거신다.

‘건강하세요 ‘

‘아, 네. 네. 그래야죠’

‘제가 큰 병원에서 일했었습니다. 건강이 제일 중요해요.’

‘네. 얼마 전에도 좀 아프긴 했습니다’

‘네.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44살입니다.‘

‘좋은 때네요. 건강 지키세요’

‘……‘


며칠이 지났다. 지방으로 출장 갈 일이 생겼다. KTX를 타러 서울역으로 가는 길에 택시를 탔다. 트로트가 큰소리로 흘러나오고 있다. 기사님을 흘끗 보니 미남형이시다. 나는 당연히 아무 말도 안 건다. 그러나 기사님은 말을 거신다.

‘손님 죄송하지만 결혼하셨어요?’

‘네 했습니다.’

‘결혼 잘하셨어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잘 되셨네요. 저도 잘했습니다. 저는 사실 음악을 했습니다.

‘아 어쩐지 뭔가 분위기가 있었습니다.‘

‘아 그런가요? 음악은 배가 고프더라고요. 손님은 몇 살이세요?’

‘아 마흔 넷입니다.’

‘좋은 때입니다.’


신기하게도 내가 나이가 몇이 되든 윗분들은 말하신다.


‘좋을 때네요’


2023년을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힘든 한 해였지만.

44살의 삶을 지나간 분들이 보기엔 그렇다. 아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전혀 모른다 해도 44살은 좋은 때이다. 그리고 45살도 좋은 때일 것이다.


좋은 때 불변의 법칙이다.

언제나 나에게 ‘좋은 때입니다’라고 말해줄 분들이 계신다. 좋다. 그렇게 좋은 2024년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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