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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Mar 01. 2024

음악적 회귀본능 - 미안해 널 마워해,자우림

좋아해서 미안해

미안하다

짝사랑을 뒤로한 채 입대를 했다. 편지를 써주겠다는 말은 있었기에 얇은 희망 한가닥을 갖고 군대에 갔다. 하지만 첫 휴가 때 알게 되었다. 상대방에겐 내가 부담일 뿐이고,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음을. 아직 이런 상처를 받아보지 못했던 이십 대의 마음은 처음으로 시리다. 아리다. 같은 느낌을 받았다.

때마침 출시된 자우림의 앨범은 나에게 일종의 약처럼 느껴졌다. 한층 어두워진 음색과 멜로디의 앨범이 오히려 나에겐 더 잘 맞았다. 그리고 타이틀곡인 ‘미안해 널 미워해’는 군대 안에서 애써 감정을 정리하고 있던 나에게 위로를 해줬다. 한 장 있던 사진을 버리고 나서 몇 달이 흘렀다.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너무 그리워 지치면 지워지나 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일방적인 혼자만의 감정 놀음에 불과했다는 생각이지만 당시엔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에서의 우울함을 극대화시켰었다.


음악의 힘

신기한 것은 이 슬픈 노래가 오히려 슬픔을 중화시켜 줬다는 것이다. 그게 음악의 힘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또 테이프가 늘어나도록 들었다. 군기가 빠져서  이등병 끝날 무렵 이미 워크맨을 갖고 들어갔기에 가능했다. 밤이나 주말에 몰래 들었지만 음악이 만들어주는 가상의 공간은 추운 겨울을 지낼 수 있었던 안식처였다.

제대하자마자 자우림의 무대를 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미 이땐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나르는 마법 융단을 타고 있었지만.




미안해 널 미워해 - 자우림

기억 나지 않아

어젯밤 꿈조차

지우려고 했던게 아닌데


잠들지 않도록 널 부르며 눈 감았지

사무쳐 그리지는 않았지


미안해 널 미워해 이대로 인걸

이해해 넌 그렇게 그대로 인걸


꿈꾸지 않기를 눈 감으며 기도 했지

사무쳐 그립지는 않았지


미안해 널 미워해 이대로 인걸

이해해 넌 그렇게 그대로 인걸


그래 나 널 지우려고 해

널 보내려고 해

이제 지쳤어


미안해 널 미워해 이대로 인걸

이해해 넌 그렇게 그대로 인걸


미안해 널 미워해 이대로 인걸

어느새 난 빗물에 젖어 슬픈 새


미안해 널 미워해 이대로 인걸

이해해 넌 그렇게 그대로 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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