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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치 May 22. 2024

하루의 기분을 평균 내지 말자.

아주 기분 좋음

하루는 24시간이다.

매시간 기분을 측정해 보면 변화가  꽤 있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시간당 하나씩의 감정이 12개 정도는 기억되어야 한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뭐랄까 평균되어 버린 모호한 감정값인 듯하다. 좀 더 디테일하게 보기 위해 하루의 감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기록하지 않는 것은 기억되지 않는다는 말을 좋아한다.

기록한 결과를 보면 역시 감정은 하루에도 큰 폭으로 변한다. 특히나 일요일과 월요일의 감정선을 보면 재미있다. 어쩔 수 없는 직장인의 삶인가 싶다. 보통이라면 금요일에 좋은 감정들이 기록되어야 할 텐데 이 주에는 신경 쓰이는 일이 생겼다. 일주일의 삶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 같았다.


감정을 기록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다. 나의 감정을 스스로 기록하는 것인데, 솔직하지 못했다. ‘아주 기분 좋음’은 로또 당첨쯤 되어야 기록할 수 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실제로 그 단계의 감정을 기록으로 남긴 날은 거의 없다. 비슷하게 ‘아주 불쾌함’도 쉽게 기록하지 못했다. 나의 감정을 마주 하는 일이 이토록 힘든 것인지 처음 알게 되었다. 지속적으로 해가면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건 희망적이다.


일주일간의 감정 변화 기록


아주 기분 좋음

이 ‘아주 기분 좋음’을 하루도 기록할 수 없는 삶은 너무 불쌍한 삶이 아닌가. 나 자신을 위로해 주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아주 기분 좋음’이 어떤 건지 잘 모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나의 하루에 존재하고, 스쳐 지나가기도 하고, 나 몰래 숨어 있을 수도 있다. 앞으로의 숙제는 그 기분을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과감하게 기록하는 것이다.

위의 표에 있는 아주 기분 좋음은 캠핑을 가서 아이들은 잠들고, 아내와 이런저런 이야기하며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기록 되었다. 어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순간이지만, 이런 작은 조각들이 결국 나의 행복임을 알게 해 준다. 그 조각을 모으자. 조각을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자주 나의 감정노트를 들여다봐야 한다. 놓치지 않아야 한다. 대신 아주 불쾌함도 그만큼 더 상세히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기록한다고 더 불쾌해지지는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자. 오히려, 좀 더 차갑게 불쾌함을 대해줄 수 있게 된다.


하루의 기분을 평균 내지 말자.

그러면 결국 인생 전체가 평균 0 정도의 감정 값으로 수렴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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